(서울=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으로 미뤄졌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내달 1일부터 열리는 것으로 20일 공식 발표됐다. 국방부는 한미 국방장관이 올림픽 정신에 기초해 일정을 조정했던 "연합연습을 4월 1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며, 예년과 유사한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야외 실기동연습(FTX)인 독수리훈련은 1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 연습(CPX)인 키리졸브 훈련은 내달 23일부터 2주가량 이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규모가 비슷하다지만 예년과 달리 훈련에 동원되는 병력과 장비, 훈련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또 미국 전략무기가 동원되더라도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전반적인 훈련 상황을 로키(low-key)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한미 당국이 4월 말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 등 중차대한 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쓸데없이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한미 연합훈련은 연합 방위체제의 근간이다. 이를 통해 양국 군사작전체계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방위력을 강화할 수 있다. 주변 상황에 따라 그만두거나 건너뛸 수 있는 단순한 훈련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올해도 예년과 유사한 규모로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고 앞으로도 한미동맹 체제가 유지되는 한 계속돼야 한다. 올해 독수리훈련은 국가 중요시설 및 주요 병참기지 방호, 해상 기뢰제거 등을 중심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략무기와 우리 군의 핵심무기를 공개적으로 동원해 북한의 주요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가상 연습은 계획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키리졸브 훈련 내에서 북한의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연합사 작전계획(작계 5015 등)을 점검하는 토의는 있을 것이라고 한다. 예년보다 독수리훈련 기간이 한 달가량 단축되고, 핵 추진 항공모함이나 잠수함, B1-B 폭격기 등 전략자산이 전개되지 않으리라고 알려져 대북 위력 시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연합훈련을 하는 실효적 목적만 제대로 달성한다면 이런 수위 조절이 전략적으로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뒤 개회식 직전까지도 공식매체를 동원해 한미 연합훈련 재개 방침을 연일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7일 "이제 겨우 개선의 첫걸음을 뗀 북남관계가 휘청거리게 되고 조선반도 정세는 또다시 엄중한 파국 상태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올림픽 평화 기간에 성과가 없으면 한미훈련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위기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우리 정부의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4월부터 예년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밝힘으로써 고비를 넘겼다. 김 위원장도 한미 연합훈련이 현 상황에서 우리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카드라는 점을 받아들인 것 같다. 이런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한미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합훈련을 로키로 가져가는 것을 굳이 북한 눈치 보기로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은 아니다. 회담을 앞둔 상대방에 대한 배려 내지는 상황 관리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언급 이후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직접적인 비난을 하지 않고 있다. 실제 훈련이 시작된 뒤에도 북한이 이런 태도를 유지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미가 공세적 훈련을 하지 않고 강도를 조절한 것이 북한의 유화적 태도를 유지하고 화해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런 조치들이 우리 군의 전투준비태세 약화나 이완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행할 때까지 군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완벽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 진행된다 해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우리 군의 강력한 대비태세다. 훈련 기간이 짧아지고 공세적 작전이 빠졌지만, 군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도록 훈련의 내실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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