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구례 사성암

입력 2018-04-06 08:01  

[연합이매진] 구례 사성암
'세속의 번뇌' 떨쳐버릴 최적의 장소

(구례=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오산을 오르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고 두 번 다시 가지 않아도 후회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오산(鰲山·530m)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사성암을 중심으로 풍월대·망풍대·배석대·낙조대·신선대 등 12비경을 뽐내는 명산이다. 조선 후기에 편찬된 구례 지역 읍지에는 "바위의 형상이 빼어나 금강산과 같다"고 기록돼 있고, 자라처럼 생긴 산은 마치 섬진강의 물을 마시는 형국이다.



명승 111호로 지정된 사성암(四聖庵)은 오산 꼭대기에 있는 암자로 백제 성왕 22년(544)에 연기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연기조사가 화엄사를 창건하기 전 머물렀던 곳으로 원래 명칭은 '오산암'이라 불렸으나 이후 의상·원효·도선·진각 등 네 명의 고승들이 수도했다 하여 '사성암'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요즘 공사가 한창인데 사성암의 턱밑까지 자동차를 이용하거나, 죽연마을에서 수시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사성암 주차장에서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거쳐 사성암에 이르면 금강산 보덕암의 모습과 닮은 약사전이 높이 20m의 수직 절벽 위에 매달려 있다. 건물의 3분의 1을 바위에 걸치고, 나머지 3분의 2는 기둥을 짚고 서 있는 모양새가 위태롭다. 바로 밑에서 바라보면 경이감과 함께 아찔한 느낌이 든다.



암벽을 따라 난 나선형 돌계단을 올라 암자 안으로 들어가면 암벽에 간략한 선으로 음각된 마애여래입상(전남 유형문화재 제220호)이 모셔져 있다.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일화가 전하는 높이 3.9m의 마애여래입상은 오른손을 들어 중지를 접고 왼손은 손가락을 벌려 가슴 앞에 대고 있다. 마애여래입상의 윤곽을 더 뚜렷하게 보이려고 음각된 골마다 금박을 입혔다. 암자 앞 두 평 남짓한 공간에 서면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과 대나무숲, 구례 읍내와 드넓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임향님 문화관광해설사는 "발꿈치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며 세속의 번뇌를 다 떨쳐버릴 최적의 장소"라고 말한다.



약사전을 나와 마당 왼쪽의 계단을 오르면 수령이 800년에 달하는 귀목나무, 한가지 소원을 꼭 들어준다는 소원바위와 마주친다. 바위에는 뗏목을 팔러 하동으로 내려간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세상을 떠난 아내와 아내를 잃은 설움에 숨을 거둔 남편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고 난 뒤 오산 정상으로 몇 걸음 옮기면 도선국사가 수행했다는 도선굴이 나타난다. 사람 한 명 겨우 들어갈 바위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한 사람이 좌선할 수 있는 좁은 공간에 촛불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도선굴에서 가파른 계단과 산길을 조금 오르면 오산 정상에 닿는다. 정상 부근의 전망대에 서면 장엄한 지리산 능선과 천하의 명당으로 손꼽히는 운조루, 너른 들판, 섬진강의 서정적인 풍경이 아름답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chang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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