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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역전된 한미 기준금리, 선제 대응으로 피해 줄여야

입력 2018-03-22 19:32   수정 2018-03-22 19:43

[연합시론] 역전된 한미 기준금리, 선제 대응으로 피해 줄여야

(서울=연합뉴스) 한미 간 기준금리가 마침내 역전됐다.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1.5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12월 인상 후 3개월 만이고, 2015년 12월 '제로금리'(0.00~0.25%) 탈출 이후 6번째다. 한국은행의 현 기준금리(1.50%)와 비교하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상단이 0.2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연준은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신호도 보냈다. 이날 공개된 연준 위원 점도표(dot plot·금리 전망 도표)를 보면, 올해 3차례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여전히 과반이었다. 하지만 '4차례 인상'을 전망하는 위원이 3명 늘어 '3차례 인상'과 거의 대등한 수준이 됐다. 또 내년에 예상되는 금리 인상 횟수가 2차례에서 3차례로 늘었고, 2020년에도 2차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됐다. 내후년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최대 8차례 더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이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 데는 소비·투자·고용 등 미국의 실물경기가 양호하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 같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 연준 결정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과 글로벌 자본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도 기준금리를 올려 미국 수준에 맞추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국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내수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더딘 데다, 미국발 무역전쟁 여파로 우리의 수출 호조세가 계속되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청년실업은 여전히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1천45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된 지 오래다. 한은이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시기를 고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22일 "FOMC의 의사 결정문이 매파적(통화 긴축 기조)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내외금리가 역전된 만큼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우리 금융당국은 한미 금리역전의 여파가 당장엔 크지 않으리라고 보는 듯하다. 정부는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점검했다. 그 결과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되겠지만, 일단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의견을 모은 것 같다. 한국무역협회도 비슷한 전망을 했다. 하지만 한미 간 금리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질 경우 외국자본 유출은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은은 국내 경제사정을 봐가며 올해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더 큰 문제는 내년 이후다. 한은의 고충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적기를 놓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 기준금리 인상에 자극받아 시중 대출금리가 오르고 한은마저 기준금리를 올리면 막대한 빚에 시달리는 우리 가계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정부 종합대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이자가 높은 신용대출이나 자영업 대출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마당에 금리상승은 빚진 가계에 직격탄이 될 게 뻔하다. 전체 가계부채의 약 70%가 변동금리 대출인 것도 문제다.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또한 큰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주면 담보 가치 하락으로 금융권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정부는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앞서 취약 가계와 기업 등을 세밀히 점검하고, 저소득층 사회안전망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아울러 시장과 더 폭넓게 소통하면서 구조조정과 규제개혁을 추진해 경제 성장의 펀더멘털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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