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여객선 좌초 현장…"배 안 기울어 천만다행"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쿵'소리와 함께 앉아있던 승객들 몸이 갑자기 앞으로 쏠렸어요."
짙은 안갯속에 홍도에서 목포로 항해 중 좌초한 쾌속여객선 승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긴박했던 사고 순간을 전했다.
25일 오후 3시 47분 전남 신안군 흑산면 북동쪽 근해를 지나던 여객선 P호는 뱃머리 쪽에서 '쿵' 하는 소리를 내더니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객실에 있던 승객들은 깜짝 놀라 창밖을 살폈다.
갑작스러운 충돌 때문에 중심이 흔들려 앞쪽 의자와 벽면에 이마를 부딪친 승객도 있었다.
'어선을 피하려다가 암초에 부딪혀 사고가 났다. 구명조끼를 입고 자리에서 대기해달라. 해경이 오고 있다'는 선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선내 대기 지시에 세월호의 악몽을 떠올린 승객들은 술렁거렸다.
승객들은 이내 침착하게 의자와 보관함에서 구명조끼를 꺼내 입었다.
먼저 조끼를 착용한 승객과 승무원들은 객실 내부를 돌며 아직 조끼를 착용하지 못한 승객을 도왔다.
일부는 지인들에게 전화해 다급한 목소리로 사고 소식을 알리고 창밖을 내다보며 구조선이 도착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오후 4시 10분께 무전 소리와 함께 해경 대원들이 탄 소형 고무보트가 P호에 접근했다.
P호에 오른 해경 대원들은 타박상 등을 입은 환자들을 먼저 고무보트에 태웠다.
이어 소형 어선들이 P호 주변으로 모였고 4시 29분께 해경 경비함정이 도착하면서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암초에 선수가 걸쳐 큰 배의 접근은 불가능했다.
경비함정을 대신해 소형어선들이 승객들을 태워 인근에 있던 다른 여객선 N호에 옮겨 태웠다.
승객들은 노약자, 여성을 먼저 타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P호 밖으로 빠져나간 승객들은 구조하러 온 배조차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짙은 안갯속에 배가 암초에 걸쳐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놀란 가슴을 다시 한 번 쓸어내렸다.
출항 당시 흑산도 일대의 파고는 0.2m 안팎으로 높지 않았다.
사고 지점이나 홍도와는 거리가 있지만 가장 가까운 관측소인 흑산도 관측소의 시정은 480m에 불과했다.
사고 당시에는 시정이 410m까지 악화했다가 오후 4시께 1.4km로 회복됐다.
승객들은 오후 5시 14분께 인근에 대기 중이던 목포∼홍도 간 여객선 N호에 무사히 올라타 목포로 향했다.
승객 김모씨는 "1시간 30분이 마치 10시간 같았다"며 "다행히 충돌 충격이 크지 않아 배가 기울지 않았고 승객들이 당황한 중에도 질서있게 대피해서 인명피해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승객과 승무원들은 오후 7시 20분께 목포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해 긴박했던 항해를 마치고 뭍으로 올라섰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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