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편집 '제2의 원자폭탄' 될 수도…사회·윤리적 논의해야

입력 2018-03-27 17:39   수정 2018-03-27 17:41

유전자편집 '제2의 원자폭탄' 될 수도…사회·윤리적 논의해야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는 2015년 과학계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보인 연구 중 첫 번째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선정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잘라내고 갈아 끼우는 등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게 하는 도구다. 각종 질환 예방과 치료, 신약개발은 물론 효모의 게놈(유전체)을 편집해 새로운 풍미의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등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썩지 않고 몇 달에 걸쳐 천천히 숙성하는 토마토, 말라리아를 옮기지 않는 모기, 경찰과 군인을 도울 수 있는 근육질의 개, 뿔이 자라지 않는 소 등이 이미 유전자 편집을 통해 존재하는 생물들이다.
이처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혁명'으로 주목받지만 동시에 바로 이 점 때문에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처음 개발한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캘리포니아내 버클리캠퍼스 교수 역시 크리스퍼 유전자 기술이 오·남용될 위험성을 경고한다.
다우드나 교수는 새뮤얼 스턴버그 미국 컬럼비아대 조교수와 함께 쓴 '크리스퍼가 온다'(프시케의 숲 펴냄)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여러 각도에서 살피면서 이 기술에 과학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처음 이 기술을 발견했을 때는 유전 질환을 치료해 환자를 살릴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지만 이후 이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며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고 토로한다.
그는 무엇보다 크리스퍼 기술이 인간 생식세포에 사용되는 일을 우려한다.
실제로 이미 크리스퍼 기술을 인간 배아에 적용한 실험이 이뤄졌다. 중국 중산대 연구진은 2004년 불임클리닉에서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인간 배아를 얻었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 이 배아에서 치명적인 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를 편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은 비록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인간 배아에 대한 첫 번째 유전자 편집 실험이라는 점에서 과학계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쉽사리 결론이 나기는 어려운 문제지만 저자는 크리스퍼의 잠재력에 관한 논의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크리스퍼에 대한 윤리적·사회적 논의를 촉구한다.
그는 아무도 원자폭탄 개발에 반대하지 않았지만 원자폭탄이 만들어진 이후 논쟁이 벌어졌던 점을 예로 들며 "훗날 우리는 크리스퍼와 유전자 변형 인간에 관해 똑같이 말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선천적으로 선하거나 악한 기술은 없다. 다만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을 뿐이다. 자신의 유전적 미래를 통제할 힘은 경이로운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 이 기술을 어떻게 다룰지 결정하는 일이야말로 인류가 대면한 적 없는 가장 큰 도전일 것이다. 나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보은 옮김. 372쪽. 2만2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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