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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무를 예술품으로…럭셔리 브랜드도 반한 갬펄의 목공예

입력 2018-03-28 16:18  

죽은 나무를 예술품으로…럭셔리 브랜드도 반한 갬펄의 목공예
로에베 공예상 첫 수상작가…더그라운드서 90여점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럭셔리 패션 브랜드 '로에베'(Loewe)가 지난해 처음 제정한 국제 공예상 주인공은 독일 작가 에른스트 갬펄(52)이었다.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가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 건립 중인 공예 박물관도 일찌감치 갬펄 작품을 소장품으로 점찍었다. 정규 예술 교육을 받지 못했고, 20대 중반까지 자동차 레이싱에 몰두한 이 남자는 어떻게 손꼽히는 공예 작가가 됐을까.
29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더그라운드에서 개막하는 '에른스트 갬펄' 전은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서울 강남 신사동에 본점을 둔 갤러리 LVS에서 마련했다.
참나무와 너도밤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등으로 만든 약 40점의 작품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봤던 공예품의 모습이 아니다. 표면은 매끈하지 않고 나무 옹이가 그대로 남아 있다. 바닥의 갈라진 틈으로는 내부도 보인다.
작가는 가공된 목재를 쓰지 않는다. 독일 바이에른에 있는 600평 규모의 작업실을 가득 채운 나무들은 모두 수백 년의 세월을 버텼으나, 결국 비바람에 쓰러지거나 물에 떠밀려 온 것들이다. 이들은 갬펄의 손에 닿지 않았더라면 땔감의 재료가 되거나 숲에서 썩어갔을 운명이었다. 7년 전 폭풍에 뿌리뽑힌 300년 된 떡갈나무를 발견한 것이 갬펄이 이른바 '생명의 나무'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공장에서 압축됐거나 가공된 나무를 쓰면 나무의 본성, 줄기나 나이테 같은 나무의 디테일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저는 쓰러진 나무와 '대화'하면서 온기를 살릴 수 있겠구나, 나이테를 살릴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28일 전시장을 찾은 갬펄은 나무에 난 '상처'들을 살짝 어루만지며 말했다. 작가는 스스로 만든 다양한 기계를 이용해 나무들의 외형을 만들고 내부를 비워낸다.
작품의 외형을 완성할 때는 화학물질이 아닌, 석회와 점토, 식초 같은 재료들을 쓴다. 한쪽이 살짝 쪼그라들거나 눌리는 식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작품의 외형은 독특한 미감을 보여준다. 하나를 만드는 데만 수개월이 소요되는 작업의 배경에는 독학으로 선반 작업을 시작해 30년 가까이 나무의 본성을 연구해온 내공이 있다.
'공예는 인류를 고취하는 것'이라고 말한 작가는 디지털의 시대에 공예의 가치가 더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디지털은 가상의 세계이기에 물질감이 없고 디지털은 인간과 점점 멀어지기 마련인데 공예는 사람과 가까워요. 공예는 미래로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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