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취약시간대 화재 발생·유독가스 흡입…소방시설 부족도 한몫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차근호 손형주 기자 = 일가족 4명이 숨진 부산 아파트 화재는 잠을 자던 취약시간에 불이 났고 짧은 시간 다량으로 퍼진 유독가스를 들이마시는 바람에 미처 대피할 겨를도 없어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29일 오전 5시 42분께 부산 동래구 수안동의 한 아파트 1층 박모(45) 씨 집에서 불이 나 안방, 작은방, 거실, 부엌 등을 태우고 30여 분 만에 진화됐다.
경찰에 따르면 불은 옆집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안방에서 아버지 박 씨와 13살·11살·8살 아들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박 씨와 아들 3명은 침대와 방바닥에 2명씩 누운 채 자던 모습 그대로 숨져 있었고 대피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화재 직후 아파트에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이들의 대피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화재 현장을 감식한 경찰관은 "시신 훼손은 거의 없었고 일가족이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안방에서 함께 잠을 자던 도중 불이 난 사실조차 모른 채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인명피해가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웃집 한 남성은 "불이 난 집 현관문을 마구 두드렸지만 집 내부에서 전혀 비명 등 사람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불이 난 박 씨 아파트는 1층이어서 화재 사실만 알았다면 대피하기 용이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라 소방시설이 부족했던 것도 피해를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완공된 이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초기 진화가 어려웠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유독가스를 5초만 흡입해도 몸이 경직돼 움직일 수 없어 대피도 못 하게 되고 결국 유독가스에 질식돼 사망한다"며 "잠을 자다가 불이 난 경우 유독가스를 마신 사실조차 모른 채 숨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또 "이 아파트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아파트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설치된 화재 경보기 등도 평소 작동 여부를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안방 입구 거실에 쌓인 책과 신문지 등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오전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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