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로부터 유대인 어린이 600명 구한 네덜란드 교사 별세

입력 2018-03-29 16:07  

나치로부터 유대인 어린이 600명 구한 네덜란드 교사 별세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1943년 6월 19일 암스테르담에 있는 네덜란드 교육자이자 정치인 요안 반 헐스트의 교사교습소에 정부 교육부 감사관이 들이닥쳤다.


감사관은 몇몇 독일 SS 친위대 소속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이 어린이들이 유대인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헐스트는 "내가 답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맞섰다.
헐스트의 교사교습소 '개혁교사훈련칼리지'(RTTC)는 마침 유대인 유치원과 담벼락을 함께 썼다.
증언자들에 따르면 헐스트는 RTTC와 유치원 사이를 오가는 전차가 정차하는 틈을 타 영유아 어린이 구출에 나섰다.
전차가 서 있는 동안에는 SS 친위대 군인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주위의 도움으로 유대 어린이들을 바구니와 자루에 담아 날랐다.
유대 어린이들은 무사히 RTTC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감사관은 당시 그에게 "주의 이름으로 조심하기를"이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헐스트는 1945년 봄 그에게 도움을 준 인물이 체포되자 5월 연합군에 의해 네덜란드가 해방될 때까지 몸을 숨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려 600여명의 유대 어린이를 구한 헐스트가 지난 22일 10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네덜란드 상원은 소속 의원이었던 그의 타계 사실을 알렸으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72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 주관 '열방의 의인'(Righteous Among the Nations)에 선정됐다.
헐스트처럼 열방의 의인에 선정된 비(非)유대인은 네덜란드계 5천595명을 포함해 모두 2만6천500명이다.
박물관은 그가 '대규모' 구출 작전 아래 수많은 유대 어린이들을 '몰래 빼돌려' 안전한 곳으로 인도한 칼뱅파 개신교도였다고 말했다.
독일은 1940년 5월 네덜란드를 침공했다.
같은해 여름 언저리에 유대인들의 망명이 시작됐다.
이후 2년간 네덜란드에서 살던 무려 10만7천명의 유대인들이 유대인 '죽음의 캠프'로 내쫓겼고 불과 5천200명만 겨우 살아남았다.
RTTC는 나치가 유대인들을 베스터보르크 죽음의 캠프로 이송시키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 사용된 극장 반대편에 있었다.
네덜란드 유대인들은 이곳에 머물다 독일 점령 폴란드의 죽음의 수용소로 강제 이송됐다.
부모로부터 강제로 격리된 12세 이하 유대 어린이들도 이곳에서 잠시 지내다 길 건너 유대인 유치원으로 이송됐다고 네덜란드 자유대학교의 한 교수가 말했다.
독일군은 강제 수용된 어린이들이 넘쳐나자 헐스트에게 RTTC에 빈방이 있으면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전쟁 종료 후 헐스트는 정계에 재입문해 1956년부터 1981년까지 네덜란드 상원의원으로 재직했으며 유럽의회 의원과 암스테르담 자유대 교육학 명예교수직을 지냈다.
ky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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