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 "생계 위해 시작한 노래는 운명, 다섯번의 기적 있었죠"

입력 2018-03-31 14:30   수정 2018-03-31 15:42

인순이 "생계 위해 시작한 노래는 운명, 다섯번의 기적 있었죠"

데뷔 40주년 맞아 기념 투어 '잇츠 미'…"인생곡은 '또' '거위의 꿈' '친구여'"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어려운 가정 형편, 집안 생계를 위해 나선 음악의 길.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가수 인순이(61)는 "나에겐 꿈이 없었다. 친정 식구들 먹여 살리는 것이 목표였지 가수가 꿈은 아니었다"며 "그래서 음악은 내게 삶이나 인생이 아니라 운명인 것 같다"고 돌이켜봤다.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연습실 블루노트에서 만난 인순이는 3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을 시작으로 10개 도시에서 열 40주년 기념투어 '잇츠 미'(IT'S ME) 연습이 한창이었다.
연습을 마치고 인터뷰를 한 그는 "사실 이전까지 전 히트곡이 몇 곡 안됐다"며 "지난 20년 사이 히트곡들이 생겼는데 그 다섯 번의 기적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줬다. 그래서 제가 걸그룹 출신인지 요즘 친구들은 모른다"고 웃었다.
그는 1978년 김완선의 이모 고(故) 한백희 씨가 데뷔시킨 걸그룹 희자매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고 1980년 솔로 가수로 나섰다. 이번 공연에서는 희자매의 '실버들'을 부른 뒤 바로 요즘 곡을 들려주면서 몇 분 만에 40년의 시차가 달라지는 구성을 선보인다.
다음은 인순이와의 일문일답.


-- 40년을 보낸 소회는.
▲ 40년 세월을 건강한 일상에서 노래한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어린 시절 희자매로 트로트를 부르며 시작했고 패티김 선배님처럼 드레스를 입고 노래하는 것이 롤모델이었는데,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온 것 또한 기적이다. 정말 기적 같은 날들이기에 팬들에게 감사하다. 힘든 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만 힘든 게 아니며, 어린 시절 못 먹고 입을 때보다 너무 행복한 나날이다.
-- 환갑의 나이가 무색하게 기념 투어 포스터에서 마치 영화 '원초적 본능' 속 샤론 스톤처럼 각선미를 드러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팬들이 내가 다른 모습에 도전하는 것을 거부감 없이 흡수해주시는 것 같다. 내가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입어도, 드레스를 입어도 '인순이니까' 하시는 것 같다. 그거 입으려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도전 못 할 날이 올 텐데 나이를 미리 당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 공연은 어떻게 꾸미나.
▲ 내게 골수 팬은 없지만 공연에는 다양한 세대가 온다. 희자매 데뷔 시절을 생각하고 온 관객들에겐 요즘 노래가 안 맞을 수 있고, 요즘 친구들은 옛 노래가 생소할 테니 여러 세대를 위한 선곡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곡을 골라보니 '아버지', '사랑가', '딸에게' 등 다 느린 템포의 곡이었다. 처음으로 들어간 곡이 tvN 드라마 '기억'의 OST 곡으로 불렀던 '선물'인데 가사가 너무 마음에 와 닿았다. 재작년부터 백두대간 등반을 다니는데 당시 2박 3일간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돌아와 '선물'을 녹음해야 했다. 산에서 이 노래를 듣다가 '울고 있던 내가 웃는 줄 알았어'란 가사에 눈물이 핑 돌았다. 조경수 선배의 'YMCA'도 부르는데 연습하면서 '영 맨(Young man) 자랑스런 그 이름은/ 영 맨 생각하듯 뛰어가는~'이란 가사를 자꾸 평창동계올림픽 컬링팀의 '영미'로 바꿔 부르게 되더라. 하하.

-- 나이보다 젊은 이미지는 '친구여'와 '거위의 꿈 등 젊은층과 소통한 노래의 힘이 컸다고 본다.
▲ 내겐 다섯 번의 기적이 있었다. 첫 번째 기적은 1994년 KBS 2TV '열린음악회'에서의 호응이었다. 그때 '님은 먼 곳에'와 '라밤바'를 불렀는데 이전까지 오랜 슬럼프였던 내게 상상치 못한 앙코르가 나와 '창부타령'을 반주 없이 불렀고 그게 완전히 뒤집어졌다. 두 번째 기적은 박진영 씨가 작곡해 1996년 발표한 '또...'다. 생방송에서 만난 진영 씨가 'R&B 솔 하는 후배들이 누나 보고 따라가고 있으니 트로트가 아닌 젊은층의 노래를 하라'고 조언했다. 한 달 뒤 진영 씨 연락을 받고 가니 본인이 작곡하고 김형석 씨가 편곡한 이 노래를 줬다. 세 번째 기적은 댄스 가수 직계인 정원관 씨의 요청으로 조PD의 곡 '친구여'에 피처링한 것이다. 재즈를 하려고 미국에서 공부할 때인데 '누나 지금 트렌드가 그게 아니야'라며 데모곡을 보내왔는데 가사가 너무 좋았다. 네 번째 기적은 신곡을 홍보하러 나간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카니발(이적, 김동률)의 '거위의 꿈'을 부른 것이다.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인기를 끌면서 2007년 11월 원더걸스를 제치고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했다. 다섯 번째 기적은 MBC TV '나는 가수다' 출연이다. 미국에서 돌아와 뮤지컬 '캣츠'를 준비 중이었는데 처음엔 망설였다. 그런데 '나중에 이 프로그램이 날 불러줬을 때도 목소리와 용기가 남아 있을까'란 생각에 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에서 카네기홀 공연 때 가슴 저미게 부른 '아버지'를 선보였는데 반향을 얻었다. 돌아보면 지난 20년간의 일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줬다.
-- '아버지', '딸에게', '엄마' 등 가족을 향한 애틋함이 담긴 곡이나 '거위의 꿈'과 '하이어'(Higher), '열정'처럼 희망적인 노래를 다수 들려줬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제가 '렛 에브리원 샤인'(Let Everyone Shine)도 불렀고.
▲ 발표곡 중 사랑과 이별 노래가 없다. 나도 절절한 사랑 노래를 부르고 싶은데, '거위의 꿈'을 불러선지 대부분 희망적인 내용의 노래를 준다. 사랑 노래하면 누가 떠오르듯이 난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도 좋은 것 같다. 작사가들이 날 보면 '나가자, 잘하자'란 가사가 떠오른다고 한다. 사실 40주년에 '렛 미 트라이 어게인'(Let me try again)이란 노래를 발표하고 싶었다. 내가 제목까지 붙여줬는데 아직 가사가 안 나왔다. 이 노래는 몇 년 전 강광배 선수를 비롯한 봅슬레이팀을 응원하러 강릉에 간 것이 계기가 됐다. 통닭집 위층에 선수들이 살고 있었는데, 동계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을 때여서 외인구단인 선수들을 응원하는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 또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직도 노래가 완성되지 못했다.
-- 희자매에는 어떻게 캐스팅 됐나.
▲ (희자매를 데뷔시킨) 한백희 언니는 색다른 팀을 만들고 싶었고, 그땐 내가 혼혈이란 점이 끌렸던 것 같다. 우리 희자매 셋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그때 발레 슈즈도 신어보고, 설장구나 한국무용도 배웠다. 언니는 쇼를 좋아하는 분이어서 히트곡보다 쇼를 만들려 했다. 그때 춤을 많이 배워 뮤지컬 '시카고'를 할 때도 춤이 어렵진 않았다.

-- 지금처럼 인식 개선이 안 됐을 때여서 혼혈이란 이유로 가슴 아픈 기억도 있었을 텐데.
▲ 희자매 시절 동경가요제가 유명했다. 그런데 어떤 평론가가 인순이가 끼어서 대표할 수 없으니 내보내면 안 된다고 해 좌절된 적이 있다. 그때 평론가 보란 듯이 잘 해나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 다문화 청소년의 아픔을 직접 겪었기에 학교도 만든 것인가.(인순이는 2013년 강원도 홍천에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해밀학교를 설립해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 부모님 원망을 많이 했다.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사춘기를 보내는 중학교 과정의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현재 다문화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이 절반씩 다니는데, 이전까진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봐야 했지만 작년 11월부터 졸업하면 학력을 인증받게 됐다. 아이들이 농사도 짓고, 수영과 악기 등을 다채롭게 배운다. 또 자유롭게 안건을 내고 통과시켜 지킨다. 평소에는 화장을 하지 않도록 '풀 메이크업'하는 날을 만들고, 휴대전화도 가급적 금~일요일에 사용한다. 나도 한 달에 너덧 번 가거나 어떨 땐 며칠씩 가서 지내는데 아이들이 바뀌는 것을 보면 재미있고 뿌듯하다.
-- 학교 설립도 음악을 했기에 실현된 꿈인 것 같다. 인순이에게 음악이란.
▲ 어린 날에는 재능이 있는지 몰랐다. 오로지 음악을 위해 기타 하나 메고 집을 나온 분도 있지만, 난 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부모님을 원망한 때도 있었고, 기왕 나선 길 잘 되려고 노력도 했지만 지금의 저를 만들지는 상상 못 했다. 그래서 운명이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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