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999.13
(91.46
2.24%)
코스닥
916.11
(22.72
2.42%)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제주 4·3 70주년 기리는 시집·그림책들(종합)

입력 2018-04-02 14:41   수정 2018-04-02 17:33

제주 4·3 70주년 기리는 시집·그림책들(종합)
꽃 진 자리'·'검은 돌 숨비소리'·'한라산'·'나무 도장'·'무명천 할머니' 등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이를 기리는 시집과 그림책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제주 토박이로 오랫동안 4·3을 시로 표현해온 시인 김수열(59)이 시선집 '꽃 진 자리'(걷는사람)를 펴냈다. 1982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래 36년간 여섯 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은 이들 시집에서 '항쟁의 노래'만을 가려 뽑아 47편을 이번 시선집으로 묶었다.
시인은 후기에 "1983년 '이장'을 발표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낮은 목소리로 항쟁의 노래를 불러왔으나 돌아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4·3항쟁 70년을 맞아 주변 문우들의 부추김에 기대어 그 부끄러움을 한데 모아 다시 세상에 내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욕심을 부려본다면, 이 시집이 그저 아름답고 청정하다는 내가 사는 섬, 그 그늘엔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피와 눈물이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나저나 살아서 고향에 돌아왔으니/오죽이나 좋아실 거라/이젠 우리 세상 맨들아보자고/신착이 닳도록 돌아다녔지/경헌디 저 악독헌 놈들이 사십칠 년/삼일절을 기념허는 집회에다/총질을 헌 거라, 관덕정 마당에서/여럿 죽었지 아이도 죽고/아이 업은 어멍도 죽고/아, 사람이 죽어신디 가만 이성 되어?/관공서도 파업 단추 공장도 파업/소학교도 휴교 보통학교도 휴교/점방 문도 쇠막도 철커덕 철커덕/미군정은 물러나라!/통일독립 쟁취하자!/한라산이 벌 떼같이 일어섰지" ('전야(前夜)' 중)
'제주 4·3 70주년 기념 시 모음집'이라는 부제가 달린 '검은 돌 숨비소리'(걷는사람)도 함께 나왔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90명 시인의 시를 모았다. 김수열 시인의 '몰명(沒名)-애기무덤'을 비롯해 이종형, 홍경희 등 제주 지역 시인들과 신경림, 정희성, 이시영, 안현미, 장이지, 김성규 등 원로들과 젊은 시인들까지 두루 참여했다.
"흙은 살이요 바위는 뼈로다/두 살배기 어린 생명도 죽였구나/신발도 벗어놓고 울며 갔구나/모진 바람에 순이 삼촌도/억장이 무너져 뼈만 널부러져 있네" (정희성 '너븐숭이' 전문)
군사 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1980년대 말 제주4·3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이산하 시인의 장시 '한라산'(노마드북스)도 4·3 70주년을 맞아 시집으로 복간됐다. 이 시는 1987년 '녹두서평' 창간호에 처음 소개돼 시인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뒤에도 암암리에 종이뭉치로 필사돼 많은 이들에게 읽혔다.
2003년 6월 처음 시집으로 출판됐다가 절판됐으나, 이번에 시인의 제자들이 온라인 펀딩으로 비용을 마련해 시집을 복간했다. 또 이 모금액으로 시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필화 사건을 재심 청구할 계획이다.
"미군과 피도 눈물도 없는 하우스만 고문의 지휘 아래/이승만 군경의 가공할 '빨치산 토벌작전'은/우리 현대사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비극과 오욕이었다./(중략)/90%의 마을이 불타고 사상자 75%가 15살 이하의 어린이에서 보듯/당시 전체 도민 28만 중에서 약 5만여 명이 학살된/이 가스실 없는 '한국판 아우슈비츠의 홀로코스트'는/미군정에서 기자들과 외부특파원의 접근을 금지시키며/1급비밀로 분류해 세상에 전혀 공개되지 않은 채/무려 40년이나 그 진실이 은폐되어 왔다." (33∼35쪽)



어린이들과 함께 보면 좋을 그림책 '나무 도장'과 '무명천 할머니'도 4·3 70주년에 맞춰 출간됐다.
'나무 도장'(평화를품은책)은 권윤덕 작가의 신작 그림책이다.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작가는 3년 동안 현장 답사와 인터뷰, 철저한 고증과 독자 모니터링을 통해 4·3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정확히 재현하려 애썼다고 밝혔다.
경찰이 일곱 달 된 아기를 바위에 던져 죽였다는 실화 '빌레못굴의 학살'을 모티프로 했으나, 이 책에서는 보다 희망적인 이야기로 변주됐다. 주인공 소녀 '시리'는 열세 살로 살아남았고, 누군가의 제삿날 어머니를 따라 어느 동굴로 들어가 자신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당시 토벌에 나섰던 경찰이 동굴에서 나온 아기를 살려 누나에게 맡겼고, 그렇게 길러진 아이가 '시리'라는 것이다. 시리의 진짜 가족들은 빨갱이로 몰려 모두 죽었다. 이 책은 어려운 설명 없이 슬프면서 감동적인 이야기로 4·3의 비극을 잘 전달해준다.
출판사는 이 그림책의 원화 또는 책 만드는 과정을 사진에 담아 보여주는 전시회를 제주와 서울에서 동시에 연다. 제주에서는 '북촌너븐숭이기념관'에서 이달 30일까지, 서울에서는 종로구 낙원상가의 전시공간 'd/p'에서 29일까지 진행한다.
그림책 '무명천 할머니'(스콜라)는 4·3 당시 마을에 들이닥친 토벌대의 무차별 총격에 턱을 맞은 진아영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 그저 평범한 소녀였던 할머니는 이 부상으로 입과 턱을 못 쓰게 됐고 평생을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할머니의 억울함과 슬픔이 비장한 그림과 함께 생생히 전해진다. 정란희 작가가 글을 쓰고 양상용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