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등급 중 최저등급 회사채 5년새 갑절…"경기위축때 문제"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어 금융시장에 불안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일 보도했다.
특히 투자 등급에서 최하단에 위치한 BBB(트리플B) 등급 회사채가 현저히 늘어난 것에 불안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BBB등급은 투기등급보다 한 단계가 높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BBB등급 회사채 물량은 2조5천억 달러(2천644조 원)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5년 전의 1조3천억 달러, 10년 전의 6천86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BBB 등급 회사채는 현재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50%의 비중을 차지하는 상태로, 올해 들어 투자등급 회사채의 전반적 수익률 하락을 이끌었다.
1분기에 BBB 등급 회사채의 수익률은 2.2% 하락했지만 이보다 위 등급과 아래 등급의 회사채 수익률을 이보다 나았다. AA 등급 회사채의 수익률은 1.8% 하락했고 정크 본드(B 등급 회사채)의 수익률은 0.6% 떨어졌을 뿐이다.
회사채 발행의 급증에 대해 우려가 높아가는 것은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를 가리키는 것으로, 주식과 채권의 장기 활황이 막바지에 근접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정크 본드와 달리 투자 등급 회사채는 안전성을 이유로 일반 투자자들의 채권 포트폴리오에 자주 편입된다. 또한 연기금과 같은 대형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기초적 투자자산으로 취급받고 있다.

BBB 등급 회사채의 발행 물량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된 것은 경기 위축 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투자자들이 BBB 등급 회사채를 기피한다면 경기 위축이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현재의 신용등급 평가가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도 내비치고 있다. 경기 위축이 시작되면 신용등급의 재평가를 초래하고 어쩌면 무더기 강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의 채권 매니저 진 타누조는 "최소한 통시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의 과대평가가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레버리지(차입)와 관련된 우려 때문에 일부 신규 회사채는 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로서는 디폴트(상환 의무 불이행) 비율이 낮은 수준이어서 당면 위기가 아니라 중기적인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기업들도 지금까지는 초저금리의 상황 속에서 쉽게 차환을 할 수 있었다.
경제와 기업 순익이 계속 성장하는 한 회사채 발행이 늘어난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호적인 차입 여건이 퇴색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스의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BBB 등급 회사채에 대해 요구하는 국채 대비 스프레드(금리차)는 지난 2월 2일 1.08% 포인트에서 현재는 1.34% 포인트로 오른 상태다.
맥도널드는 최근 5억 달러 규모의 30년 만기의 회사채를 같은 만기의 국채보다 1.4% 포인트가 높은 금리를 붙여 발행했다. 이 회사의 기발행 30년 만기 회사채가 1.29% 포인트의 스프레드에 거래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발행 회사채에 추가의 금리를 얹어 놓은 셈이다.
BBB 등급 회사채의 발행 물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우량 등급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등급도 하향 조정된 점을 꼽을 수 있다.
맥도널드는 2001년 당시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로부터 각각 AA와 Aa2의 등급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하지만 총부채가 3배 이상 늘어난 탓에 현재는 BBB+와 Baa1 등급으로 내려간 상태다.
초대형 인수·합병(M&A)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린 것도 또다른 요인이다. 건강보험사 에트나를 인수한 CVS 헬스, 캠벨 수프, 제너럴 밀스 등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채 발행의 증가가 어떤 측면에서는 M&A와 관련된 일시적 현상일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재무구조상으로 차입이 늘어나는 기업들은 향후 등급 강등의 가능성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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