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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로 정치적 곤경에 처한 영 노동당

입력 2018-04-02 16:38  

반유대주의로 정치적 곤경에 처한 영 노동당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영국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가 정책이 아닌 반유대주의 비난 세례에 직면해 야당 대표로 전례 없는 어려움을 맞고 있다.
근래 노동당 내에 반유대주의가 만연했다는 비난을 받던 차에 과거 그가 반유대주의 성향을 나타낸 런던 시내 벽화를 옹호한 발언이 드러나면서 노동당에 대한 영국 유대사회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코빈 대표는 또 유대인 증오가 성행하고 있는 페이스북내 한 그룹의 일원이었던 사실도 드러나 곤경에 몰려있다.
영국의 유대인들은 본래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노동당에 표를 던졌다. 노동당은 종교적 소수자와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반(反)유대주의를 규탄해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유럽 대륙으로부터 이민자인 유대인들은 당연히 노동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최근 노동당 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반유대주의 스캔들과,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지도부에 실망한 유대 사회가 노동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
코빈 당 대표가 연루된 것을 포함해 2건의 스캔들이 다시 터지면서 유대사회의 노동당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하락세에 있는 영국 내 30만 유대계의 노동당 지지율이 다시 추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동당의 재집권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게 분명하다.
문제가 된 지난 2012년 코빈의 발언은 런던 이스트엔드 지역에 그려진 반유대주의를 시사하는 벽화에 관한 것이다.
벽화는 노동자들의 등위에 놀이판을 펴놓고 부동산 취득게임을 하는 유대인 은행가들을 그렸다. 반유대주의를 조장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코빈은 이에 당시 발언에 사과성명을 내고 벽화의 내용을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유대계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수백 명이 의사당 밖에서 코빈의 발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여기에 노동당 간부인 크리스틴 쇼크로프트가 최근 사회관계망(SNS)에 '홀로코스트는 거짓'이라고 올렸다가 당원 자격을 정지당한 한 당 예비후보를 지지한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다시 파문이 확산했다.

잇따른 스캔들로 사태가 확대되자 코빈 대표는 주간지 '유대인 뉴스'와 긴급 인터뷰를 갖고 자신은 결코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며 당내 반유대주의를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코빈은 또 과거 논란을 빚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와 같은 이슬람 과격 조직들과의 친교에 대해서도 거듭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신문은 다음 날 '코빈의 해명이 충분히 않다'고 다시 비판했다. 코빈의 사과는 받아들이지만 그가 유대계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유대사회의 이러한 태도는 지난 수십 년간 노동당을 대해온 태도와 확연히 다른 것이다.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에 반대해온 노동당은 당연히 영국 정계에서 가장 친이스라엘적인 정당으로 20세기 전반부까지 유대계의 확고한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유대인들 상당수가 중산층으로 변모하면서 노동당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역사가들의 평가이다. .
관련 사가들에 따르면 50년 전에는 영국 내 유대인들 가운데 60~70%가 노동당에 투표했으나 2015년에는 18~22%로 크게 줄어들었다. 당시 노동당 대표는 유대인인 에드 밀리밴드였다. 이어 지난해 총선에서는 영국 유대인들 가운데 13% 만이 노동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에 대한 영국 유대인들의 지지율 하락은 무엇보다 이스라엘에 대한 노동당의 태도 변화와 관계가 있다. 1967년 6일 전쟁으로부터 1982년 레바논 전쟁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노동당의 지지 입장이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노동당 소속인 켄 리빙스턴 전 런던 시장이 히틀러도 시오니스트였다고 발언했다가 당으로부터 당원 정지처분을 받기도 했다.
2015년 코빈이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오히려 당내에는 반이스라엘 입장과 리빙스턴과 같은 홀로코스트 왜곡 발언 등이 성행하기 시작했다는 비판도 있다.
2016년 4월에는 나즈 샤 의원이 의원에 선출되기 전 발언으로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방안으로 이스라엘을 미국으로 재배치하자는 한 페이스북 게시물을 공유한 때문이었다.
잇따른 반유대주의 스캔들이 발생하자 코빈 대표는 인권운동가에 진상조사위원회를 위촉했으며 조사위는 두 달 후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이 당내에 만연해있지는 않으나 때때로 유해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일부 코빈 지지자들은 시사지 애틀랜틱에 코빈이 유대계로부터 비난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당내 반유대주의에 대한 대처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당내 코빈 지지자들은 코빈 대표가 의회에서 누구보다 열렬한 인종차별 반대론자였다면서 코빈 대표가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의 탄압을 받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반유대주의와는 다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나라의 정책을 거론하는 것이지 민족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유대주의가 아니면서 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할 수 있다는 이러한 지적은 실제 유대계 내부로부터도 일정 부분 동의를 얻고 있다.
2015년 여론조사 결과 요르단 강 서안 정착촌 확대 등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점령정책에 대해 영국 내 유대인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현재 좌파인 노동당과 우파인 이스라엘 집권당이 정책상 이견을 보일 수도 있다고 봤다. 이러한 이견을 반유대주의와는 다른 '정상적인 정치적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노동당 의원들이 이러한 정상적인 정치적 언어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이 당내 반유대주의를 일소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코빈 대표자신의 과거 처신으로 아직 유대계로부터 불신을 받는 게 사실이다.
인종적 증오는 노동당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당인 보수당은 이슬람 혐오증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은 반유대주의 논란으로 인해 심각한 도덕적 문제와 함께 지도력 위기를 맞고 있다.
노동당이 재집권하기 위해서는 코빈 대표가 당의 평판을 훼손하고 유대계의 지지를 상실하는 당내 반유대주의를 확실히 단절할 필요가 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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