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취임하자 금융위·금감원 사이 미묘한 냉기류

입력 2018-04-04 06:43  

김기식 취임하자 금융위·금감원 사이 미묘한 냉기류
"실세 금감원장·관료 금융위원장 엇박자 불가피 시선"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상견례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엔 미묘한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정권 실세가 관료 출신이 수장으로 있는 금융위의 통제를 받는 금감원장으로 부임한 것 자체가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금감원장 "정책과 감독은 다르다"

포문을 연 것은 김 원장이다.
김 원장은 2일 자신이 직접 작성한 취임사에서 첫번째 과제로 금감원의 정체성 문제를 들면서 "정책과 감독은 큰 방향에서 같이 가야 하지만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고 못 박았다.
김 원장은 "(정책과 감독이) 기본 방향에서 같이 가면서도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정책기관인 금융위가 정치·정책적 고려를 할 때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혼연일체'나 '한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일체감을 강조하던 기존 금융위·금감원의 관계 설정과는 시작부터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료 출신인 진웅섭 금감원장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장 부임 때마다 반대 의사를 밝혀왔던 금감원 노조가 "이제, 정치인 김기식은 잊어라!"라면서 사실상 환영 성명을 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금감원 노조는 "최근 10년간 금감원은 금융위의 손발로 전락했다"면서 "김 원장은 금감원의 기능 회복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원장을 필두로 잃어버린 금감원의 힘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 "결국 자기 색깔 드러낼 것"

금융위는 김 원장의 이런 발언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2014년 'KB금융 사태'에서 보여준 이른바 '관피아'에 대한 적대감, 재벌 견제나 금융소비자 목적으로 추진했던 각종 입법 추진 과정에서 보여줬던 관료들에 대한 반감이 결국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에서 정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금융당국자와 설전을 벌이는 일이 매우 많았다. '저승사자'나 '저격수' 등 별명이 이 때 생겼다.
특히 2014년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촉발된 KB 사태에선 이른바 '관피아'를 집중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당시 금감원 수석부원장이었던 최종구 위원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금융위가 추진했던 은산분리 완화나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연장도 끝까지 반대했던 사람이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김 원장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원장이 그동안은 참여연대나 야당 의원으로 역할을 했고 이제는 금감원장으로 그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자기 색깔을 찾아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김 원장이 추진하고자 하는 제도 개선 과제 대부분이 금융위의 영역이어서 앞으로 충돌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금융위원장·금감원장 충돌 가능성 우려

금융위 내부에서 우려하는 것은 정권에 큰 지분이 없는 관료출신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상위 정책기관인 금융위원장에, 정권 실세인 김 원장이 금융위의 지휘·통제를 받는 금감원장에 위치한 불안한 형국이다.
쉽게 말해 금감원이 금융위에 반기를 들면서 금융당국간 엇박자를 낼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런 우려는 법·제도적인 미스매칭에서 시작된다.
현행 금융위 설치법은 정부(금융위)가 금감원의 예·결산을 포함한 기관운영 및 업무 전반을 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김 원장이 이런 통제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냐에 대한 문제다.금융관련 법체계도 금감원장에게 큰 권한을 주지 않고 있다. 최상위법인 헌법아래 국회가 결정하는 법률, 통상 대통령이 정하는 시행령, 장관급이 관리하는 부령(감독규정), 감독규정이 위임한 시행세칙으로 내려가는데 금감원장이 정할 수 있는 것은 시행세칙 정도다.
김 원장의 관심사인 금융사나 재벌을 견제하려면 최소 감독규정이나 그보다 상위 법을 바꿔야 하는데 이는 금융위원장이나 국회의 영역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 내부에선 김 원장이 금융당국의 의사결정 기구인 금융위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면서 결국 금융위원장과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부사장과 봉급쟁이 사장이 이사회에서 충돌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3일 상견례에서 최 위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 간 상호 존중하자"고 했고 김 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은 한 팀"이라고 말했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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