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터키 위협에 아랍권 자국 안보 우선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아랍-이스라엘 대치 중동 정국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이스라엘을 공적으로 규정해온 아랍권이 최근 이슬람권의 내분으로 독자 생존을 모색하면서 이스라엘보다는 오히려 같은 이슬람국인 이란과 터키가 주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항의 시위는 예전과 다름없지만 그 저변에는 아랍권의 큰 변화가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분석했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항거에 대한 아랍권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으며 지원도 대폭 줄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수니파의 범아랍 동맹이 무산된 데다 수니파가 시리아 등지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에 패퇴하면서 이제는 그동안 숙적으로 간주해온 이스라엘과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에서 미국의 보호에 의존해온 아랍국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를 비롯한 지역에서 철수를 천명하면서 근래 급격하게 세를 확장하고 있는 이란과 새로운 오스만 제국을 꿈꾸는 터키의 위협에 불안해하고 있다.
결국 미군을 철수하지 못하도록 붙잡아야 하며 미군을 중동에 유지하도록 변덕스러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이스라엘뿐이라는 생각에서 예전 같으면 상상조차 못 했던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발언까지 아랍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영토권을 언급한, 아랍권의 금기를 깨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발언에서 나타나듯 이제는 팔레스타인과 후원세력인 아랍권의 관계도 예전 같지가 않다.
대부분의 아랍 지도자들은 이제 팔레스타인 측의 요구를 이스라엘과 전략적 동맹을 맺는 데 오히려 불편한 장애로 간주하고 있다.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만 아랍국가와 이집트는 이에 가자지구에서 강경파인 하마스를 압박해 파타 주도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복구하고 아울러 팔레스타인 자치 당국에 이스라엘 측이 제안한 평화안을 받아들이도록 역시 압박하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마무드 아바스 수반의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이스라엘 측의 평화제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나 하마스 고립작전에는 동의하고 있다. 자치정부는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의 공무원들에게는 급료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
자치정부는 아랍권이 후원하는 타협 평화안을 수락하더라도 일단은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것이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에 신뢰를 쌓고 더 나은 협상 조건을 끌어내는 방편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아랍국들이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면서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는 과거 이스라엘에 의한 어떤 봉쇄보다는 더 나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생필품 부족과 40%에 달하는 실업률 등 주민들의 경제적 상황은 최악이나 하마스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과거 같으면 하마스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이슬람권과 외부 지지세력의 동조를 끌어냈으나 지난 2014년 전쟁의 경우 아랍권이 지원을 망설이면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치명적인 패배를 기록했다.
하마스로서는 이제는 또다시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기도 힘든 상황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전투로 와해하기를 바라는 아랍국들이 사태를 방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가자지구 주민들의 격렬한 반이스라엘 시위는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지 않고도 이스라엘에 대한 세계의 반감을 촉발할 기회가 되고 있다.
아랍권은 이제 가자지구 하마스의 생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하마스가 계속 가자지구를 통치할 수 있는지는 아랍권이 아닌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과 터키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의 불화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나 아랍민족주의의 붕괴와 수니 급진주의의 실패가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한 아랍권 지지의 정치력을 약화하고 있다.
아랍국들은 이제 팔레스타인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시리아에서 발생하는 수백만 아랍 난민들과 이란과 터키 등으로부터 가해지는 자국 안보에 대한 점증하는 위협이 우선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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