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원자재 가격처럼 납품가에 자동 연계해야"
"대기업·중견기업 자율적 단가 조정 위해 인센티브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이유미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5일 발표한 '중소기업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은 공공조달과 민간하도급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제때 반영하도록 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로 풀이된다.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이 증가했으나 관행이나 제도 허점으로 납품단가에 최저임금 인상액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에 더해 이날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인건비 상승 부담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대·중견기업이 함께 나눠서 져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 공공조달시장 인건비 산정 연 1회→2회로 늘려 납품단가에 반영
당정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조달 시장의 인건비 산정 기준이 되는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 조사'를 현재 연 1회에서 연 2회로 늘리는 등 인건비 산정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매년 10월 발표됐으나 앞으로는 5월 말과 12월 말 두 차례로 나눠 발표하면서 중소기업의 인건비 상승분이 공공조달 시장 납품단가에 신속히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중소주물업체 180개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공공조달 구매가격을 인상하라며 결의대회를 열었다.
또 12월 말 임금 조사 결과 발표 때 단순노무 직종에 대한 이듬해 임금 조정치를 발표하고 공공기관이 이를 근거로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했다.
급격한 인건비 변동 등으로 인한 중소기업 부담을 줄여주고자 조달청 다수공급자계약(MAS)의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한다.
다수공급자계약이란 조달청이 3개 이상 기업과 단가계약을 체결하고 공공기관이 별도의 계약체결 없이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 쉽게 구매하는 제도다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지표에 임금 인상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실적을 추가해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최저임금 인상 시 계약금액을 올리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 민간하도급 시장 자발적 협력 유도
정부는 민간하도급 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이 중소기업의 최저임금 인상분을 단가에 반영해 주도록 자발적 협력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제대로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아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조정협의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보복하면 대·중견기업을 제재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정부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와 수탁기업협의회 등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 필요성을 홍보하기로 했다.
하도급 계약체결 시 의무 사항 등이 적힌 표준하도급계약서에 최저임금 인상 등 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 내용을 반영하도록 개선하고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이용하도록 권고한다.
기존 하도급 관계에만 적용되던 납품단가 조정협의 제도를 수위탁 기업 간 공급원가 변동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상생협력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납품단가 조정협의신청을 이유로 위탁기업이 보복행위를 하는 경우 보복행위로 1회만 시정조치를 받아도 공공부문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등 강력하게 제재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납품단가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공공조달 입찰참가자격 사전 심사에서 납품단가 조정 실적을 살펴보기로 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인건비 인상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에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자율적 참가를 늘리기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중기업계 "민간분야, 기업 간 협의에만 맡기면 한계"
중소기업계는 정부의 이번 대책이 납품단가 현실화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하도급 시장에 해당하는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자발적 협력을 유도하거나 납품단가 조정협의신청 보복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 등이 실제 납품단가 인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서병문 이사장은 "지금 대책으로는 납품가 현실화에 크게 효과가 없을 거 같다"며 "납품단가 조정협의신청 보복금지 조항의 경우 벌점을 받으면 공공부문 입찰자격이 제한된다는 것인데 공공부문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들도 많아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원자재 가격의 경우 등락에 따라 납품가에 바로 연동을 해주는데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연동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 박권태 전무는 "단조업계의 경우 공공부문은 전혀 없고 민간기업 상대가 100%"라며 "납품단가 조정을 민간기업 간의 협의에만 맡기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무는 "대기업이 원가상승요인이 있을 때 납품가를 얼마나 반영했는지 정부기관이 모니터링해 이를 점수화하는 지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뿌리산업인 중소주물·단조업계는 인건비, 원자재 가격 등이 폭등했음에도 납품가격이 그대로여서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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