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 왜 페미니즘 거부하나?…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해서"

입력 2018-04-05 17:31  

"남성들 왜 페미니즘 거부하나?…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해서"
김수아 교수 "'권력자 남성'과 자신들 나눈 탓에 페미니즘 이해 못 해"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현재 많은 남성이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보이거나 여성을 멀리하자는 '펜스룰'에 공감하는 이유는 자신을 스스로 '남성 약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김수아 강의교수는 5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미투 운동 연속 토론회'에서 '여성혐오 현상을 통해 미투 운동 바라보기'라는 주제로 발제하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김 교수는 "현재 온라인의 남성 중심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 같은 공적 의견 발화 장(場)을 보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남성 역차별 담론'이 지배적 정조를 이루고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최근 여성혐오 논란 끝에 제작이 취소된 책 '90년생 김지훈'을 예로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성별감별 낙태는 가난한 남자가 많아지는 비극을 낳았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성별감별 낙태로 태어나지도 못한 여성은 고려치 않고 남성 스스로만 '연민'하는 관점이라고 김 교수는 비판했다.
김 교수는 "스스로를 '서열경쟁에서 밀린 남성 약자'로 규정한 남성들이 '왜 여자가 피해자인 척을 하느냐'며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불평등하지 않으며, 페미니즘은 서열경쟁에서 패배한 남성을 밟고 올라가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들은 '피해자 남성'과 '소수의 권력자 남성'을 나누고, 미투 운동도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권력의 문제라고 해석한다"면서 "이들은 권력형 성폭력을 가능하게 한 구조가 무엇인지는 묻지 않고, 여성이 어떻게 남성의 권익을 침해하는가에만 집중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들 세대는 '공부 조금 더 하면 마누라 얼굴이 바뀐다'는 어른의 조언을 들으면서 능력이 여성을 '획득'하도록 보장한다는 능력주의의 신화 속에서 자랐다"면서 "여성이 획득되지 않으면 여성이 남성 약자인 자신보다 권력자 남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자신을 '남성 약자'로 규정하는 남성들은 여성을 '능력 없이 나를 착취하려는 여자'나 '능력 없이 다른 남자를 착취하려고 나를 버리는 여자'로만 나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들은 미투 운동이 벌어지자 부패한 권력과 자신을 나눈 다음 '나는 권력이 없어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므로 여성이 말하는 일상적인 성희롱·성추행은 여성의 피해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해 펜스룰을 얘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은 '남성 약자'라는 내러티브를 공유하면서 남녀 임금 격차는 노동문제, 여성의 경력단절은 복지문제 등으로 분리해 '젠더 권력'의 문제를 부정한다"면서 "이들은 페미니즘이 지적하는 '남성성'의 구성 과정에는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없는 '편향적 객관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통적 미디어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세대별·성별로 이용하는 미디어와 생활하는 환경이 다른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결국은 '교육'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제언했다.
그는 "공적 교육에서 '타자'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다뤄야 한다"면서 "'미디어 리터러시(비판적 독해·활용 능력)'와 '젠더 리터러시'를 교육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일상화된 젠더 폭력과 미투 운동의 의의' 주제로 발표하면서 미투 운동의 경과와 앞으로 남은 과제 등을 발표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와 홍지아 경희대 교수도 성폭력 문제 등에 관해 발제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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