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대 독서대축제에서 '칼의 노래' 주제로 특강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싸움이 끝나고 기진한 함대가 모항으로 돌아간 뒤에도 생사와 존망의 쓰레기로 덮인 바다 위에서 피아를 구별할 수 없는 화약 연기 냄새는 오래 남아있었다."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 겸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이 대학생들 앞에 충무공 이순신의 치열했던 삶을 녹여낸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를 들고 나왔다. 이 소설 속에서 자신의 모습과 상황을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교수는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제10회 한양인 독서대축제 선포식에 명사로 초청받아 마이크를 잡았으며 '칼의 노래'를 주제로 2시간 동안 특강을 진행했다.
대학에서 펠로우(전임의)를 시작하기 한 해 전인 2001년 이 소설을 처음 접했다는 이 교수는 힘들 때마다 이 책을 읽었고, 내용을 복사해 연구실 벽에 덕지덕지 붙여놨다고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550석 규모의 강당을 가득 채운 학생들에게 이 교수는 소설 속에서 이순신이 보여준 '진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을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신념을 믿고 끝까지 밀어붙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력을 보충해달라거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를 내다가 수없이 내부 반발에 부딪힌 사례를 들려주며 "처음부터 안 된다고 포기해버리면 절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며 "뚫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지런히 객석과 객석 사이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대답을 받으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다소 냉소적인 현실 비판이 강연 곳곳에 묻어있었으나, 이 교수가 중간중간 던지는 유머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전담간호사 인력을 늘려달라는 공문 하나를 쓰더라도 진정성 있게 가는 거야. 있는 힘을 다해서 하는 거지. 물론, 위에서 내려오는 지원은 없어. 하지만 그래도 버티는 거야. 여기서 나마저 밀리면 정말 끝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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