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드러난 증시시스템…금감원 全증권사 계좌관리 점검(종합2보)

입력 2018-04-08 16:51   수정 2018-04-08 20:34

허점 드러난 증시시스템…금감원 全증권사 계좌관리 점검(종합2보)

미발행 주식 계좌 입고시 '경고등' 없어…삼성증권 내일부터 특별점검
'모럴해저드' 100만주 내다판 직원도…청와대 국민청원 13만명 돌파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금융당국이 삼성증권[016360]의 소위 '유령주식' 거래 사태를 계기로 다른 증권사들도 유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증권계좌 관리실태를 전면 점검하기로 했다. 삼성증권에 대해선 9일부터 특별점검에 나선다.
이번 사건은 발행될 수 없는 주식이 배당되고 거래까지 됐다는 점에서 증시 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삼성증권이 주식을 배당할 때는 경고 메시지조차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시스템과 함께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문제도 확인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엄중 조치할 방침이어서 법인 차원의 제재가 불가피해 보인다.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에는 100만주가량 팔아치운 경우도 있어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감독원은 유관기관과 함께 삼성증권을 포함한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일제 점검하겠다고 8일 밝혔다.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반장으로 '매매제도 개선반'을 구성해 주식관리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고 확인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에 대해서는 9일 특별점검을 진행해 삼성증권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우리사주의 개인 계좌로 주식배당처리를 할 수 있었는지, 일부 물량이 장내에서 매매체결까지 이뤄질 수 있었는지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을 배당한 것이다.
삼성증권은 6일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천원 대신 1천주를 배당, 28억3천만주가 계좌에 잘못 입고됐고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은 501만2천주를 팔았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보유한 자사주가 없다. 발행주식은 8천930만주, 발행한도는 1억2천만주여서 28억3천만주는 애초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인 셈이다.
주식을 발행하려면 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거처야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유령주식이 시스템상에서 거래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삼성증권이 28억주를 배당할 때 일종의 오류가 발생한 것인데도 시스템상으로 경고 메시지가 전혀 없고 그대로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산 시스템이 비슷하다면 다른 증권사들도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태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공매도와 비슷하게 볼 수 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법률적으로도 금지돼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삼성증권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우리사주의 개인 계좌로 주식배당 처리를 할 수 있었는지, 일부 물량이 어떻게 장내에서 매매 체결됐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모든 증권사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며 "다른 증권사들도 가공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지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시스템을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문제와도 연관된다.
삼성증권 직원이 '원'을 '주'로 잘못 입력했더라도 상급자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내부통제가 안 된 전형적인 케이스"라며 "상급자가 다시 입력 사항을 체크해야 하는데 한 사람이 실수하면 그대로 현실화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전산시스템과 내부통제 문제를 철저히 점검한 뒤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엄중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법인 차원의 제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 한국거래소는 공조해 주가 급등락 당시 대량매도 계좌에 대해 연계거래 등을 철저히 분석해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금융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이 501만2천주를 급하게 매도했는데 이 중에는 100만주가량 처분한 직원도 있었다.
지난 6일 장중 최저가를 적용해도 1천762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100만주를 판 경우는 350억원이 넘는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배당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부 직원이 매도해 주가의 급등락을 가져온 것은 금융회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잘못된 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해당 직원들을 엄중히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삼성증권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증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6일 시작된 청원은 이날 오후 4시까지 13만명이 넘었다.
k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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