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뇌물·다스 횡령' MB 기소…법정서는 4번째 전직 대통령(종합)

입력 2018-04-09 15:25   수정 2018-04-09 15:31

'110억 뇌물·다스 횡령' MB 기소…법정서는 4번째 전직 대통령(종합)
"뇌물 모른다·다스는 형님 것" 주장…검찰과 치열한 법정 다툼 예고
옥중조사 무산·영장 범죄사실 위주 우선 기소…추가 혐의 계속 수사
김윤옥·이시형 등 친인척도 기소 고려…'뇌물공여' 이건희 기소중지 검토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방현덕 기자 = 검찰이 110억원대 뇌물수수 및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이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대한민국 17대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나서 5년여 만에 형사 사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는다. 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로 피고인이 돼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9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 하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259쪽 분량(별지 포함)의 이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는 지난달 22일 구속 당시 수준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죄명에 걸쳐 16개 혐의에 이르는 공소사실이 담겼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청와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김희중 전 부속실장 등 측근들을 통해 김성호·원세훈 전 원장이 이끌던 국가정보원에서 총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특가법 뇌물)를 받는다.
또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585만 달러(68억원)를 수수한 것을 비롯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천만원 현금 및 1천230만원어치 양복), 대보그룹(5억원), 김소남 전 의원(4억원), ABC상사(2억원), 능인선원(3억원)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 뇌물)도 있다. 뇌물 혐의액은 총 111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검찰은 2007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지속 제기된 다스 실소유주 의혹도 상당 부분 규명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소장 초반 부분에 다스 실소유주를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본 근거를 상세히 서술했다. 이는 삼성 뇌물수수 의혹 등 여러 혐의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기본 전제하에 성립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스 전·현직 임원과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진술, 차명재산 관리 장부 등 결정적인 물증을 다수 확보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설립부터 운영 과정 전반을 좌지우지한 실소유주라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출자금 전액을 대는 등 설립을 주도했고, 인사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직접 보고받아 챙겼으며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회사 이익 대부분을 가져가 썼다는 점에서 다스 주인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에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3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리는 등 총 349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횡령 자금은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음성 정치 자금 및 가족 생활비 등으로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스 비자금과 뇌물 의심 자금들은 모두 '불법 자금 저수지'격인 서초동 영포빌딩에 유입돼 관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호관을 이곳에 상주 배치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07년 대선 경선캠프 운영 경비로만 영포빌딩 유입 자금 중 22억여원이 쓰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돕게 하고 처남 김재정씨 사망 이후 상속 관련 사항들을 검토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청와대 문건 3천402건을 무단 유출·은닉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그는 기소 후에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현대건설 뇌물 의혹, 청와대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추가 혐의로 계속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검찰은 광범위한 보강 수사를 벌인 뒤 1심 재판이 끝나기 전 추가로 기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어서 법정에서 검찰과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와 삼성 소송비 대납 등 거의 모든 뇌물 혐의와 관련해 자신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검찰이 자신의 것으로 결론 낸 다스 역시 큰형 이상은씨 등 법적 주주들이 실제 소유주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구속 후 세 차례에 걸친 구치소 방문 조사 요구에 불응했다.
이 밖에도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들 상당수도 조만간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
다만 110억원대 뇌물액 중 가장 많은 68억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받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현재 의식 불명 상태로 입원 중이어서 검찰은 기소중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다스 소송비 지원을 결정한 인물로 본다.


검찰은 110억원대 뇌물 등 범죄수익과 관련해서는 법원에 재산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과 친인척 명의 차명 부동산 등이 우선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뇌물수수 공범으로 수사를 받는 김윤옥 여사와 이 전 대통령의 둘째 형 이상득 전 의원, 아들 이시형씨,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 등 친인척을 비롯해 사건에 연루된 측근들까지 계속 수사하면서 혐의가 확정되면 단계적으로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수사 참여 검사를 주축으로 공판팀을 구성해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이 전 대통령의 조사 불응으로 확인하지 못한 사항들은 피고인 신문 절차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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