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글자 '한글'의 조형성, 현대 디자인 작품으로 만나다

소리글자 '한글'의 조형성, 현대 디자인 작품으로 만나다
국립한글박물관 '소리×글자'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 서문에서 정인지는 "소리를 바탕으로 글자를 만들어 만물의 정을 통하게 하였다"고 한글 창제의 취지를 밝혔다.
이 문장에는 한글이 왜 우수한 글자인지에 대한 설명이 압축적으로 담겼다. 한글은 목에서 소리가 나올 때의 발음기관 모양을 참고해 만들어진 글자이고, 그 때문에 세상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를 거의 모두 적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발음기관을 본뜬 자음 5개(ㄱ, ㄴ, ㅁ, ㅅ, ㅇ)와 하늘, 땅, 사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모음 3개(·, ㅡ, ㅣ)가 확장을 거듭한 글자가 한글이다.
한글 디자인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한글실험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이 세종 즉위 600주년을 맞아 9일 개막한 특별전 '소리×글자 : 한글디자인'은 소리글자 '한글'의 조형성과 규칙성에 주목한 전시다.
'훈민정음'의 원형성을 조명했던 지난해 봄 전시에 이은 두 번째 한글실험프로젝트로, 앞서 작년 5월 10일부터 6월 2일까지 미국 LA 한국문화원에서 동일한 주제의 전시가 열린 바 있다.
이애령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LA에서는 초반에 한글을 잘 모르는 외국인을 위해 창제에 담긴 사연을 자세히 설명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바로 소리글자의 특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한글의 탄생 원리를 소개한 1부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과 현대 작가 9개 팀이 소리글자 한글을 소재로 완성한 다채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2부 '소리×글자×디자인'으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하루, 소리, 글자'라는 4분 남짓의 영상이 인상적이다. '또각또각', '솨솨' 같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소리에 맞춰 화면을 가득 채운다. 작가들이 전시를 위해 별도로 만든 자음 타이포그래피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어 2부로 발걸음을 옮기면 먼저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이라는 영상을 만나게 된다. 자음과 모음 24개로 1만1천172개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이 소통에 매우 적합한 글자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작가 정진열은 미국 LA에서 수집한 소리를 한글로 풀어내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도시의 소음들'을 선보인다. 또 한글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제작한 소반, 혀 모양을 추상화한 독특한 조형물도 볼 수 있다.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참여 작가들에게 전시의 목적을 충분히 설명했고, 작가들은 협업과 토론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며 "그동안 한글 디자인 전시는 단발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도 한글 디자인 문화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세종의 애민정신과 철학에 초점을 맞춘 제3회 한글실험프로젝트의 성과를 내년 가을께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소리×글자' 전시는 6월 3일까지 이어진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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