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1 기재항목 10→7개…평가자료 부실 지적 우려도
학종전형 공정성 위해 평가기준 공개 필요성 논의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11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과 함께 공개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신뢰도 제고 시안은 기재항목을 학교생활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교 학생부에는 ▲ 인적사항 ▲ 학적사항 ▲ 출결상황 ▲ 수상경력 ▲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 ▲ 진로희망사항 ▲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 교과학습발달상황 ▲ 독서활동상황 ▲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10개 항목이 있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인적사항과 학적사항을 '인적·학적사항'으로 통합하면서 부모 정보(이름, 생년월일) 등을 빼 단순화하고, 수상경력과 진로희망사항 항목을 없애는 안을 검토한다.
수상경력의 경우 사교육을 유발하고 학생들 사이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진로희망사항의 경우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세부항목인 '진로활동'과 내용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10개 항목이 7개로 줄어든다.
남은 항목 7개 안에 들어가는 세부내용 가운데 방과후학교 활동(교과학습발달상황)과 봉사활동·자율동아리는 물론,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청소년단체 활동(이상 창의적 체험활동상황)도 기재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소논문도 정규 교육과정에서 지도를 받은 경우만 학생부에 쓸 수 있도록 한다.
자격증과 인증취득상황은 현행대로 쓰되 학생 진로와 관련 없는 스펙 쌓기가 이뤄질 우려가 있어 대입 자료로 제공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렇게 되면 대입에 활용되는 항목이 1개 더 줄어드는 셈이다.
교원의 학생부 기재 부담을 줄이고자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의 특기사항은 기존 3천자에서 1천700자로 줄이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역시 1천자에서 500자로 줄인다.
교사들 사이의 학생부 기록 역량을 차이를 줄이고자 교원 연수를 늘리고, 교육청의 학생부 기재·관리 실태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의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은 여론조사와 국민 모니터링단 의견조사 등 '숙려제'를 거친 뒤 교육부가 6월까지 확정한다.
기재항목 조정은 내년 고1부터 적용하되 글자 수 제한 등 일부 내용은 내년에 고교 전학년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와 별도로 국가교육회의는 학종전형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쟁점은 대학들이 평가 기준을 공개할지, 국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신입생 고교별·지역별 정보를 공개할지,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를 폐지할지 여부다.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그간 학생·학부모의 꾸준한 공개 요구가 있었지만 정성평가 특성상 기준을 공개하더라도 공정성 논란을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고, 공개된 기준에 맞춰 입시 컨설팅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평가결과 역시 고교 서열화나 지역별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필과 컨설팅의 영향을 받는 자기소개서는 폐지 여론이 많지만 학생부에 없는 학생의 지원동기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학생부 항목을 단순화하고 학종 평가 기준 등을 공개하더라도 10년 이상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이 없어질지는 미지수다.
교사의 관심도·기재 역량 차이 등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논란거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월 교육부가 주최한 대입정책포럼에 참가한 한 학생은 "학기 말이 되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일정 부분 학생부에 기재할 내용을 적어오라고 하거나 특정 등급 이내의 학생들에게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똑같이 써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점점 줄어가는 평가항목으로 오히려 각 대학이 평가하게 되는 자료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기재항목을 단순화하면 아이들의 부담도 줄어드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학종전형은) 교과성적과 비교과 활동, 선생님 코멘트가 골고루 좋은 학생을 찾는 것인데 같은 교사가 모든 아이의 학생부를 써줄 수 없으므로 공정성 논란은 피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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