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데이비드·페기 부부의 1천550여점 내달 크리스티뉴욕에 나와
1천300억 피카소 작품 등 5천330억원 규모…단일 컬렉션 최고가 예상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미국의 손꼽히는 컬렉터인 록펠러 가(家) 3세 데이비드 록펠러(1915~2017) 부부의 소장품 1천550여 점이 5월 크리스티 뉴욕의 자선 경매에 나온다.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 거장들의 작품이 나오는 '페기·데이비드 록펠러 컬렉션'은 전체 추정가 5억 달러(현재 원화기준 5천330억 원)로 단일 컬렉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주칠장과 도자기, 소반 등 한국 고미술품 22점도 포함됐다.
코너 조던 크리스티 뉴욕 인상주의·현대회화 부회장과 벤 클라크 크리스티 아시아 부회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크리스티코리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1~11일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록펠러 컬렉션 경매를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작고한 데이비드 록펠러는 미국의 첫 번째 억만장자였던 '석유왕' 존 D. 록펠러(1839~1937) 손자다.
데이비드와 아내 페기 맥그래스는 문화예술 애호가이자 후원가였다. 데이비드의 어머니인 애비 알드리치 또한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함께 세울 정도로 문화예술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이번 경매는 수익금 전액을 록펠러 부부가 후원했던 MoMA, 하버드대, 록펠러대 등에 기부하는 자선 경매다.

조던 부회장은 "유산을 기부하겠다는 것이 데이비드 록펠러의 뜻이었다"라면서 "이번 경매를 통해 그들 부부의 사회공헌 활동과 기업가 정신도 함께 알리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클라크 부회장도 "한국의 컬렉터와 재벌가에서도 (데이비드 록펠러의) 기업가 정신에 비추어 자신들 가문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나 사회공헌 활동의 콘셉트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동조했다.
출품작 중 예상 응찰가가 가장 높은 작품은 9천만~1억2천만 달러(960억~1천280억 원)로 추정되는 피카소의 회화 '꽃바구니를 든 소녀'다.
'장밋빛 시대'에 속하는 1905년 제작된 희귀한 작품으로, 미국 작가이자 컬렉터인 거트루드 스타인의 소장품을 록펠러 부부가 사들였다.
조던 부회장은 거트루드 스타인 컬렉션을 록펠러 부부를 포함해 6명의 컬렉터가 함께 사들였고, 그 중 '꽃바구니를 든 소녀'가 모자 뽑기를 통해 이들 부부의 손에 들어왔다는 일화를 전했다.

'록펠러 마티스'로 불리는 마티스의 니스 시절 작품 '오달리스크'(1923)도 예상 응찰가 7천만~9천만 달러(747억~961억 원)에 나왔다. 마티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달리스크를 해석한 작품으로, 낙찰되면 마티스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하게 된다.
클로드 모네가 전성기 시절인 1914~1917년 제작한 대작 '만개한 수련'도 예상 응찰가 5천만~7천만 달러(534억~747억 원)에 출품됐다.
이밖에 파울 클레, 조르주 쇠라, 후안 그리스, 에두아르 마네, 폴 고갱, 조지아 오키프, 에드워드 호퍼 등 내로라하는 미술가들의 작품과 나폴레옹 1세가 소장했던 식기 세트, 1760년 제작된 영국 조지 3세의 다이닝 의자 등도 새 주인을 찾는다
이번 경매에는 록펠러 부부가 한국 여행 등의 계기에 산 우리 고미술품 22점도 포함됐다. 5월 10일 열리는 오프라인 경매 '트래블 앤 아메리카나'에 19점, 1~11일 진행되는 온라인 경매에 3점이 부쳐진다.
가장 비싼 작품은 추정가 2만5천~3만5천 달러(2천670만~3천740만 원)에 나온 조선 시대 주칠장으로, 1955년 10월 수집된 것으로 파악된다. 400~1천200달러 사이의 다양한 소반, 목기, 등으로 변형된 도자기 등도 경매에 올랐다.
조던 부회장은 "록펠러 부부는 각국을 여행 다니며 다른 문화에도 열린 마음을 보였다"라면서 "아름다운 것은 모두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서 아시아 미술품을 수집했다"라고 설명했다.
6차례 오프라인 경매와 8개 주제로 나뉜 온라인 경매를 통해 록펠러 컬렉션이 대부분 낙찰될 경우, 크리스티 입생로랑 컬렉션 경매(4억 달러)를 넘어서는 단일 컬렉션 최고가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출품작은 크리스티 홈페이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문의 ☎ 02-720-5266(크리스티 코리아)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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