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머리털이 쭈뼛쭈뼛

입력 2018-05-09 08:01  

[연합이매진] 머리털이 쭈뼛쭈뼛
'짜릿한 맛' 안기는 고공 관광 명소들



(여수=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케이블카, 스카이워크, 출렁다리…."
요즘 가장 '핫' 한 국내 관광지 3대 명물을 꼽으라면 나올 법한 대답이다. 이런 시설이 설치된 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인기를 끄는 공통된 이유는 빼어난 경관을 감상하면서 스릴까지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 해상케이블카, 여수를 더 특별한 곳으로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노랫말처럼 봄날 여수는 무척 매력적이다. 따스한 햇볕 아래 청포도처럼 싱그러운 바다와 개나리, 진달래처럼 밝고 화사한 항구도시의 풍경은 뭇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마다 볼 빨간 연인들과 부드러운 바람에 가슴 들뜬 사람들은 여수로, 여수로 향한다.
이런 여수를 좀 더 특별하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해상케이블카다. 돌산과 자산공원을 잇는 길이 1.5㎞의 국내 최초 해상케이블카는 여수를 더 낭만적인 여행지로 만든다. 2014년 운행을 시작해 매년 200여만 명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꽃샘추위가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 4월 초순 해상케이블카 출발지인 돌산의 '놀아정류장'. 흰 구름 몽실몽실한 하늘을 배경으로 캐빈들이 줄에 매달려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탑승장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서 있다. 한 줄은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 다른 한 줄은 일반 캐빈 대기줄이다. 총 50대 중 8인승 일반 캐빈이 40대, 5인승 크리스털 캐빈은 10대가 마련돼 있다. 빨간색이나 파란색 일반 캐빈 4대에 은색 크리스털 캐빈 1대꼴로 배치됐다.
크리스털 캐빈에 오르자 이내 문이 닫히고 허공을 향해 서서히 나아간다. 캐빈이 탑승동을 나선 순간 갑자기 속도가 빨라진다. 발아래로는 벚꽃잎이 나뭇가지와 땅을 연분홍빛으로 채색한 돌산의 비탈이 내려다보인다. 땅과의 거리가 계속 멀어지더니 순간 초록 빛깔 바다가 사각형 투명 바닥을 한가득 채운다. 수면과의 거리는 약 90m. 머리가 쭈뼛한다. 세찬 바람이 불 때마다 캐빈은 대롱거리고, 조그만 창문을 통해 새어든 바람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공포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두려움도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항도(港都) 여수의 낭만적인 풍경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왼쪽으로는 고소동 천사벽화골목의 집들이 앙증맞은 자태를 뽐내고 노랑, 주황, 빨강 지붕을 얹은 예쁜 집들은 그 자체가 한 폭의 풍경화가 된다. 새빨간 하멜등대도 조그맣게 내려다보인다. 오른쪽에는 햇살에 반짝이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수많은 케이블이 주탑에 연결된 거북선대교가 조형미를 과시한다. 거북선대교 뒤편으로는 오동도가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뒤돌아보니 여수항에는 배들이 평온하게 정박해 있다. 돌산대교 아래로는 배들이 지나며 초록빛 바다에 기다란 흰색 포말을 그리고 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동승자들의 입에서는 탄성 섞인 말들이 계속 흘러나온다.

"여기 바닥 좀 봐, 너무 예쁘다."
"저쪽 봐봐, 집들이 너무 예뻐!"

크리스털 바닥에 함께 발을 모아 '인증샷'을 찍고,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경기도 고양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신미자(54) 씨는 "이렇게 높은 곳에서 보니까 여수가 너무 아름답고 낭만적"이라며 "크리스털 캐빈은 스릴도 느낄 수 있어 타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바다를 건넌 후 자산공원을 넘어서자 다시 화사한 벚꽃과 핏빛 동백꽃의 정원이 펼쳐진다. 오동도와 인근 바다의 평화로운 풍광도 한눈에 들어온다.
약 13분간 바다 위를 날아 도착한 곳은 자산공원 '해야정류장'. 바깥으로 나서자 벚꽃이 활짝 핀 산책로가 이어지고, 산책로 끝에 있는 일출정에서는 오동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일출정과 전망대 난간에는 '건강' '행복' '취직' '사랑' 등을 기원하는 하트 모양 소원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돌산으로 돌아가는 하늘길. 바람이 더 거세져 흔들림은 심해졌지만 벚꽃이 만개한 돌산, 평화로워 보이는 항구와 돌산대교는 여전히 낭만적인 분위기를 뿜어낸다.
송진민 여수해상케이블카 상무는 "해상케이블카는 사계절 언제 이용해도 좋지만 여수의 낭만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해 질 무렵이나 야경이 예쁜 밤에 타는 것이 가장 좋다"고 귀띔했다.
그는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여름 성수기에는 일반 캐빈 30분, 크리스털 캐빈은 2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바람이 심해져 그날 오후 들어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됐다. 겨울에는 강풍으로 통상 월 1~2차례 운행을 못 한다고 한다. 다른 계절에도 바람이 세면 가끔 운행이 중단되곤 한다. 운행 상황은 여수해상케이블카 홈페이지(www.yeosucablecar.com)나 전화(☎ 061-664-7301)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 여유로운 분위기의 여수 명소들

여수해상케이블카 정류장이나 주변에는 관광객이 가 볼 만한 장소가 많다.
자산공원 쪽 해야정류장 3층에는 '판타지월드 미디어아트 뮤지엄'이 있다. 여수를 주제로 미디어아트를 전시하는 곳이다. 입구를 들어서면 우선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하는 만화책 세상이 펼쳐진다. 이순신 장군의 삶과 활약상을 그린 만화를 보고, 만화 속으로 들어가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또 해상케이블카, 윈드서핑 등을 주제로 한 트릭 아트를 만날 수 있다. 돌산대교, 하멜등대, 세계박람회장 등 여수의 화려한 야경도 볼 수 있다.
놀아정류장 옆 돌산공원은 산책하기 좋다. 돌산대교 준공 기념탑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마련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여수항과 돌산대교,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매력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돌산공원에서 바다 건너다보이는 고소동 천사벽화마을은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돌산대교, 거북선대교가 보이는 언덕마을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전투 명령을 내렸던 곳이기도 하다. 진남관부터 고소동 언덕을 거쳐 여수해양공원까지 거리가 1,004m라서 '천사'란 이름이 붙었다. 골목에서는 여수의 역사, 문화, 풍경, 이순신 장군, 이곳 출신 허영만 화백의 '식객'과 '제7구단' 등 다양한 벽화를 보며 산책할 수 있다. 언덕 곳곳에는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쉴 수 있는 전망 좋은 카페가 들어서 있다.



천사벽화마을 인근에는 하멜박물관과 하멜등대가 있다.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은 1663~1666년 여수에 억류됐다가 일본으로 탈출했다. 박물관에는 하멜 일행의 조선에서의 생활 모습과 탈출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전시물이 있다. 박물관 바깥에서는 노란색과 빨간색 튤립이 활짝 피고 풍차가 있는 이국적인 정원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바다 쪽으로 빨간색 하멜등대가 서 있다.
이곳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15분 정도를 걸어가면 오동도 입구가 나온다. 15분 정도를 더 가면 매일 밤 해상분수쇼와 멀티미디어쇼가 펼쳐지는 빅오, 스카이타워전망대, 아쿠아플라넷 여수, 테디베어뮤지엄이 있는 세계박람회장이 나온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돌산 남쪽 끝에 있는 향일암에서 다도해의 압도적인 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해가 저물고 사위가 어둠 속에 묻히면 여수는 화려한 조명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 돌산대교 옆 장군도, 여수항 등이 색색의 불빛을 내뿜으며 여수 밤바다의 낭만을 완성한다.



◇ 이름난 케이블카 또 어디에

▲ 사천 바다케이블카 = 동서동 초양도와 각산을 잇는 연장 2.43㎞ 구간에 설치된 국내 최장 케이블카이다. 초양정류장에서 대방정류장까지 1천221m가 해상부이고, 대방정류장에서 각산정류장까지 1천201m는 육상부다. 이 중 바다를 지나는 구간은 816m이다. 10인승 캐빈 45대(크리스털 캐빈 15대)가 시간당 최대 1천3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운행 시간은 20∼25분이다. 왕복 기준 탑승요금은 일반 캐빈 어른 1만5천원, 어린이 1만2천원이다. 크리스털 캐빈은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7천원. ☎ 02-2202-3435

▲ 발왕산 관광 곤돌라 = 발왕산 정상은 해발 1천458m이지만 정상 바로 아래까지 8인승 캐빈 100대가 운행한다. 정상인 드래곤피크에 가면 대관령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정상에 있는 하늘정원은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이 '백 허그'를 한 장소로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왕복 길이는 약 7.4㎞로 편도 기준 18분 걸린다. 매주 월요일 휴장하며 왕복요금은 어른 1만5천원, 어린이 1만1천원. ☎ 033-330-7423

▲ 통영케이블카 = 8인승 캐빈 48대가 1천975m를 약 10분 만에 미륵산 정상까지 잇는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며 아름다운 통영 앞바다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상부 역사 인근에는 주변 풍광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미륵산 정상까지도 걸어서 10분이면 닿는다. 평일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한다. 왕복요금은 어른 1만1천원, 어린이 7만원. ☎ 1544-3300

▲ 삼척 해상케이블카 = 삼척의 아름다운 용화해변과 장호해변의 에메랄드빛 앞바다와 기암을 감상할 수 있다. 길이 874m, 고저차 21m의 구간을 정원 32명의 캐빈 2대가 바다 위를 가로지르며 약 10분간 운행한다.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비수기(11월 1일~3월 31일)에는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정기휴일은 매월 18일. 왕복요금은 어른 1만원, 어린이 6천원. ☎ 033- 570-4606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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