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계 거목은 고암과 수화"…이응노 '군상-통일무' 展

입력 2018-04-17 15:38   수정 2018-04-17 16:03

"우리 미술계 거목은 고암과 수화"…이응노 '군상-통일무' 展
가나아트센터서 5월 7일까지 전시…미공개작 40여점 나와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백지 위로 수천 명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혼자서 혹은 무리 지어, 뛰고 달리고 몸을 흔든다. 단조로울 수 있는 흑백 화면에 시끌벅적 활기가 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던 노작가는 작품을 완성한 뒤 왼쪽 구석에 '반핵 반전 반독재 인류평화 만세 1985.12.28'이라는 글귀를 써넣었다. 고암 이응노가 서울에서 온 가나아트 이호재 대표를 만난 것도 그해 여름이었다.
1967년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1977년 백건우·윤정희 납북 미수 사건에 연루되면서 '금기 작가' 신세가 됐던 이응노는 1980년대 중반을 넘긴 뒤에야 국내 화단의 부름을 다시 받았다. 1989년 1월 호암미술관에서 대대적인 전시가 개막했지만, 그는 전시 개막 열흘 만에 세상을 떴다.
동양화의 필묵이 갖는 현대적 감각을 발견한 이응노가 별세한 지 내년이면 만 30년이 된다. 근현대사와 얽히면서 가장 저평가된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그의 작품은 최근 화단과 시장의 환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파리 퐁피두센터에서는 이응노 기증작 개인전이 열렸고, 연말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는 '피플'이 작가 최고가(2억 원)를 경신했다.



이응노의 만년작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기획전 '군상-통일무'가 1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가나문화재단이 기획한 전시로 평면과 조각 60여 점이 나온다.
이 가운데 '군상' 연작 40여 점은 그동안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다.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과 여러 명의 개인 소장가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작품을 내놓았다.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현대미술은 좌(左) 고암, 우(右) 수화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미술계 거목으로 유럽의 고암, 미국의 수화(김환기)를 들 수 있습니다. 고암은 프랑스로 건너가서 엥포르멜에, 수화는 미국 뉴욕에서 추상표현주의에 몰입했습니다."
가나아트센터 전관을 채운 거칠고 자유분방한 필묵 추상을 보면 어린 시절 해강 김규진을 사사하면서 대나무 그림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응노는 일본 유학과 프랑스 이주를 계기로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응노의 대규모 회고전 '맛보기'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는 5월 7일까지.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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