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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당진 기지시줄다리기 축제

입력 2018-05-12 08:01  

[연합이매진] 당진 기지시줄다리기 축제
"의여차! 의여차!" 줄로 하나 된 세상

(당진=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한 해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500년 전통의 당진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 농경문화와 어촌문화, 시장문화가 삼위일체로 접목된 이 줄다리기 축제는 남녀노소가 신분, 연령, 지역 등 일체의 차이와 차별을 넘어 하나 되는 상생과 공존, 그리고 협력의 한마당이다.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후에는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방문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수천 명의 군중이 참여하는 '줄나가기'와 '줄다리기'는 천지와 음양 합일의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그 일체감의 환희 속으로 들어가 본다.



◇ 웅장한 거리 퍼레이드 '줄나가기'

"지금부터 2018년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의 최고 꽃인 줄나가기 행사가 진행되겠습니다! 가실 수 있습니까?"
"예!"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가실 수 있습니까?"
"예!"
"그럼 출발~!"
"의여차! 의여차! 의여차! 의여차!"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가느다란 지푸라기들이 모여 장대한 용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인간 세상을 대동상생과 공존화합으로 이끌었다.
올해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의 마지막 날인 4월 15일 오후 충남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의 야외연못공원. 이곳 줄 제작장에서 사회자가 우렁찬 목소리로 '출발' 신호를 보내자 운집한 수천 명의 군중은 일제히 '의여차'를 외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농악단은 다투듯 사물악기를 신명 나게 두드려댔다. 사방에서 펄럭이는 수많은 농기(農旗)도 해맑은 봄바람과 함께 분위기에 도취된 듯 힘차게 펄럭였다.
각기 100m 길이로 나란히 엎드려 있던 무게 40t의 수줄과 암줄은 경건한 줄고사가 끝나자 쳐들고 있던 원형의 줄머리를 서서히 땅으로 내렸다. 그리고 농기와 농악단을 앞세운 채 전진하기 시작했다. 길이 800여m의 도로를 따라 2시간여 동안 장엄하게 펼쳐진 대규모 퍼레이드.
행렬은 수줄이 앞장서고 암줄이 그 뒤를 따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줄을 이어줄 비녀장은 그 사이에 놓여 조금씩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구경꾼들이 도로 주변을 메운 가운데 참여자들은 줄다리기 시연장인 기지시줄다리기 박물관 앞 잔디 광장까지 혼심의 힘을 다해 줄을 끌어당겼다. 줄나가기 참여자에게 원기를 불어넣어 주기라도 하듯 기지시줄다리기 노래 '의여차 줄 당겨라'가 경쾌하게 천지간에 울려 퍼졌다.

"의여차! 의여차! 평화의 줄 당겨라/ 의여차! 의여차! 하나 되어 줄 당겨라/ 줄동이 줄 당겨라 말동이도 줄 당겨라/ 물윗마을 물아랫마을 줄 당겨서 하나 되자"



◇ 농경·해양·난장문화 접목한 민속축제

5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당진의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가 지난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송악읍 기지시줄다리기 박물관 일원에서 '의여차! 줄로 하나 되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성대히 거행됐다.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 이후 세 번째로 열린 올해 축제는 '줄로 하나 되는 글로벌 다문화'를 주제로 한 제8회 다문화대축제와 함께 열려 의미를 더했다.
4월 12일 오전 14개 읍면동의 솟대경연대회를 시작으로 국수봉 당제와 용왕제, 시장기원제가 이어졌다. 이튿날에는 개막식과 전국풍물대회, 다문화대축제 개막식, 제4회 스포츠줄다리기 유아부 대회가 진행됐다. 이어 14일에는 전통혼례식, 제2회 교육장배 스포츠줄다리기대회, 제10회 전국스포츠줄다리기대회 예선, 유네스코 줄다리기 한마당 등이 펼쳐졌다.
축제의 백미는 역시 4월 15일 오후 진행된 줄나가기와 줄다리기였다. 하루 전 내리던 비바람이 거짓말처럼 뚝 그친 가운데 수천 명의 참여자는 무게 40t, 길이 200m의 줄을 잡아당기는 장관을 연출하며 한 해의 풍요와 가족의 건강, 그리고 나라의 평안을 간절히 기원했다.
전국스포츠줄다리기대회 결선, 줄 제작 체험, 줄다리기 인형극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축제장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선보였다.
줄다리기 문화는 벼농사 재배권 마을에서 대부분 열리는 보편적 민속놀이다. 이 중 기지시줄다리기는 농경·해양·난장 문화가 접목돼 독특한 형태로 발전해왔다는 점에서 다른 줄다리기와 차별화된다.
무엇보다 기지시(機池市)라는 지명이 문화적 근원을 잘 말해준다. 커다란 '줄틀'을 보관하는 '연못'이 있는 '시장'마을이었던 것. 기지시줄다리기의 유래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기지시 시장이 발달하면서 내포 지방의 교통 요지였던 이곳에서 줄다리기를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풍요와 평안, 화합과 상생을 위한 전통적 마을잔치로 시작한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시장 확장과 함께 장꾼들이 늘면서 참여 인원과 줄 규모도 날로 커졌다. 현재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에서 쓰이는 수줄과 암줄은 각각 무게 20t, 길이 100m, 지름 1m가량. 줄도 두 줄 꼬기를 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석 줄 꼬기 방식으로 진화해 오늘날처럼 큰줄을 탄생시켰다. 줄다리기 덕분에 조그만 마을(里)에 불과한 기지시는 읍(邑)보다 더 유명해지게 된 것이다.
이에 힘입어 198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75호로 지정된 기지시줄다리기는 여타 지역과 다른 고유의 방식으로 보전되며 500년 전통을 발전적으로 이어왔다.
2000년대 들어 현대적 대중화와 세계화를 지향한 가운데 변화의 길을 걷게 된 기지시줄다리기는 2004년부터 관광객 참여형 축제로 변화한 데 이어 2007년부터 세계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2011년 줄다리기 전수교육관과 시연장, 박물관이 문을 여는 등 일취월장의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기지시줄다리기의 진가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공동 등재된 한국의 줄다리기는 기지시줄다리기를 비롯해 창녕 영산줄다리기, 삼척 기줄다리기, 밀양 감내게줄당기기, 의령 큰줄땡기기, 남해 선구줄끗기 등 6개다.
안본환 기지시줄다리기 보존회 회장은 "우리 고장의 기지시줄다리기는 50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통해 전해내려오는 소중한 민속놀이"라면서 "나와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 서로 격려하고 화합하는 한마당 축제"라고 설명했다.



◇ 볏짚 4만 단 동원…큰줄 제작에 1천 명 일심동체

공동체 놀이인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줄을 제작하는 한 달여 전부터 사실상 시작된다. 줄 제작에 동원되는 볏짚은 무려 4만 단. 매일 20여 명의 마을주민과 보존회 회원들이 동원돼 지름 3cm, 길이 120cm가량의 소줄 420가닥을 만든 뒤 소줄 70가닥씩을 합쳐 중줄을 만들고 중줄 3개씩으로 두 개의 큰줄을 엮어간다. 줄 제작에는 그동안 기지시리의 틀못에 보관했던 줄틀이 큰 역할을 한다.
줄 제작의 정점인 큰줄 만들기는 또 하나의 거대한 축제를 방불케 한다. 모두 1천여 명이 일심동체의 협동심을 발휘해 하루 만에 웅장한 큰줄을 탄생시키는데 올해 작업은 지난 3월 20일 줄제작장에서 이뤄졌다.
완성된 큰줄 2개는 암줄과 수줄로 나뉜다. 그리고 두 줄은 크고 둥그런 줄머리를 각각 달고 있다. 줄머리가 큰 것이 물아랫마을의 암줄이고 작은 것은 물윗마을의 수줄. 각기 20t에 이르는 이들 줄에는 곁줄과 젖줄이 달려 있어 줄나가기와 줄다리기 참가자들이 잡고 행진하게 된다. 남녀노소 참여자들은 낯섬을 털고 낯익음으로 하나가 돼 힘을 합쳐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말 그대로 대동단결의 대행진이다.
조성춘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위원장은 "암수 두 마리의 용을 상징하는 큰줄을 제작하고 이동하고 경연하는 과정 자체가 모두 축제"라면서 "수천 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축제에는 상호 소통하고 화합하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 천지사방 울린 줄다리기 한마당

줄다리기는 축제의 피날레이자 최대 하이라이트다. 2시간여 동안의 거리 퍼레이드를 마친 암줄과 수줄이 기지시 박물관 앞 야외잔디광장에 도착하자 동행했던 농악단들은 저마다 더욱 신명난 두드림으로 흥을 한껏 돋웠다. 동과 서로 나뉘어 마주보고 엎드린 수줄과 암줄. 음양과 암수를 상징하는 두 줄은 노란색 깃발의 수상(水上)줄과 녹색 깃발의 수하(水下)줄로 나뉜 뒤 비녀장 꽂기의 줄 결합을 통해 드디어 하나가 됐다. 축제의 최대 이벤트인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순간! 경기는 3판2선승제로 진행됐다.

"준비됐습니까?"
"예!"
"징~~~!"

사회자가 수상팀과 수하팀 양쪽을 연달아 바라보며 우렁찬 목소리로 묻자 두 진영에서는 "예!" 하는 대답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이어지는 장대한 시작 징소리. 동시에 양팀은 '의여차! 의여차!'를 있는 힘껏 외치며 팽팽한 줄다리기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전체 길이 200m의 암줄과 수줄이 벌이는 초대형 난장!
수천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한 이날 줄다리기는 수하팀의 승리로 결판났다. 이에 수하팀은 물론 수상팀도 "와!" 하는 외침과 함께 "우리 모두 이겼다!"며 힘차게 함성을 내질렀다.
전통적으로 물윗마을이 이기면 한 해가 평안하고 물아랫마을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고 전해온다. 하지만 기지시줄다리기에서는 참가자 누구나 승패를 초월해 당당한 승리자가 된다. 이는 천지합일·상생조화의 축제 정신과 맥이 잘 닿아 있다.
그래서인지 참가자들은 수상팀·수하팀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한 형제자매처럼 활짝 웃는 얼굴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남편 고향이 당진이라는 신옥화(58·대전) 씨는 "줄다리기에 직접 참여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모두가 한 덩어리가 되어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뿌듯하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미국인 스캇 커티슨(35) 씨는 "올해 두 번째로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에 참여했는데 정말 재미있다"며 "전통축제를 통해 한국문화를 깊게 이해할 수 있어 더욱 만족한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 "글로벌 축제를 향하여!"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에서는 전국스포츠줄다리기대회, 교육장배 스포츠줄다리기대회 등의 프로그램과 함께 삼척술비놀이, 밀양백중놀이 공연이 선보여 한껏 흥을 돋웠다. 다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4개 지역 줄다리기 한마당과 다문화 국가대항 기지시줄다리기 대회 등 일부 프로그램은 4월 14일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축제와 관련해 당진시 관계자는 사상 처음으로 다문화대축제가 함께 열리면서 유네스코 등재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이와 함께 기지시줄다리기가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소재로도 충분히 세계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남광현 당진시 문화재팀장은 "기지시줄다리기는 당진을 넘어 대한민국과 남북의 화합,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행사로 발전하고 있다"며 "올해 아쉬웠던 점을 개선해 내년 축제를 더욱 알차게 꾸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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