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키샨 총리 "직위 내려놓는다"…시위 주도 야권 의원 석방
전 대통령 총리 선출 반대 시위 열흘 만에…부패·빈곤 등 누적 불만 폭발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남(南)캅카스 국가 아르메니아의 새 총리가 취임 엿새 만에 반정부 시위에 무릎을 꿇었다.
세르지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사임했다고 국영 매체 아르멘프레스가 보도했다.
사르키샨 총리는 총리실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국가 지도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야권 지도자) 니콜 파쉬냔이 옳았고, 나는 틀렸다"고 말했다.
수도 예레반에서 사르키샨 총리 선출 반대 시위가 열린 지 열흘만이다.
예레반 중심부 공화국광장을 점령한 시위대는 국기를 흔들며 "혁명이 이겼다"고 환호했다.
앞서 이날 반정부 시위를 이끈 파쉬냔 의원이 구금된 지 하루만에 풀려나는 모습이 현지 티브이(TV)에 방송됐다.
파쉬냔 의원은 석방 직후 "이제 누가 승리했는지 다들 이해했습니까?"고 외쳤다.

전날 파쉬냔 의원과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은 사르키샨 총리는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당신의 요구는 법적으로 정당하지 않고, 나는 정당하게 선출됐다"고 선언하며 대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티셔츠에 스포츠 모자, 백팩 차림의 파쉬냔 의원은 혼자 남겨졌으며 이후 시위 현장에서 연행됐다.
협상 결렬과 파쉬냔 의원 구금 후 시위는 격화했고 이튿날 사르키샨 총리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인구 290만 명의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선 지난 13일부터 사르키샨 총리 선출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아르메니아는 2015년 개헌에 따라 이번 정부부터 내각제로 정치권력구조를 전환했다.
의회 제1당 공화당이 이달 9일 대통령 연임 후 물러난 친러시아 성향의 사르키샨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자 야권과 시민사회는 사르키샨이 내각제를 악용해 권력연장을 시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시위는 사르키샨의 권력 연장에 대한 반대로 시작했으나, 부패와 빈곤 등 '실정' 전반에 관한 불만으로 폭발했다.

의회가 사르키샨을 새 총리로 선출한 밤에는 수도 예레반에서만 전 인구의 1%를 훌쩍 넘는 4만명이 운집했다.
시위 지역도 규므리, 바나조르, 아라라트 등 전국으로 확산했다.
아르메니아와 특별히 가까운 관계인 러시아는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공보비서는 "아르메니아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현 상황은 절대적으로 아르메니아 내정"이라며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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