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변신한 원전사고지·핵실험장…체르노빌 작년 5만명 방문

입력 2018-04-26 16:40  

관광지 변신한 원전사고지·핵실험장…체르노빌 작년 5만명 방문
호주·미국 등 일반에 개방…"결국 자연은 인간보다 강해"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아주 오래도록 접근을 불허하고 찾는 사람도 없을 것으로 보이는 '위험 지역'인 대형 원전사고 발생지나 원자폭탄 실험장이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호기심을 갖거나 모험과 스릴을 느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해당 국가나 지역 당국도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32년 전 오늘(26일)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 원전 주변에는 지난 수년간 관광객이 늘면서 호텔이 문을 열 정도다.
체르노빌 원전 관광에는 지난해에만 거의 5만 명이 나선 것으로 기록돼 전년도보다 35%나 늘었다. 이중 70%는 외국인이라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 지역 관광은 2년 전 사고 발생 30주년을 맞아 훼손된 원자로를 철제 돔으로 덮어 방사성 물질이 누출이 크게 준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카메라와 선글라스, 방사성 물질 측정기를 지참한 관광객들은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발전소 인근의 '유령마을'인 프리트야트 지역을 포함해 철제 돔으로 덮인 원자로를 방문한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냉각 수조의 커다란 메기에게 먹이를 주거나 오염물질을 머금어 솔잎들이 빨갛게 변한 '붉은 숲'도 차를 타고 지난다.
관광객들은 여행을 마치고 체르노빌을 떠나기 전에 방사선의 피폭 정도를 측정하는 대형 방사선량계 안에서 검사를 받은 뒤에야 긴장을 푼다.



아버지와 함께 관광한 스웨덴 학생 아담 리데마르는 "콘크리트 정글을 기대했지만 풍성한 초목에 놀랐다"고 AFP에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인 50대의 크로아티아 출신 마자 반디츠는 "자연은 결국 인간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인류는 태양과 바람을 가진 만큼 매우 위험한 핵에너지는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서쪽으로 약 1천100㎞ 떨어진 원폭 실험장인 마랄린가 지역도 관광지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호주 남부의 황량한 지역에 마련된 마랄린가 실험장에서는 호주와 영국 정부 주도로 1956년부터 1963년까지 모두 7차례 원폭 실험이 실시됐다.
당시 원폭의 파괴력은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트린 것만큼 강력했고, 지표면에 분화구와 같은 수십 개의 구멍을 곳곳에 만들어냈다.
1억 호주달러(820억 원) 이상을 들여 정화작업을 벌인 호주 정부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관광객들에게 개방했고, 최근까지 약 1천 명이 이곳을 찾았다.
최근 호주 지역 당국은 항공편 증편과 숙소 마련 등을 통해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을 생산한 미국 워싱턴 주 핸퍼드 지역도 2015년 11월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돼 관광객들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은 인류 최초의 원폭이 만들어진 계기가 된 '맨해튼 프로젝트'의 산실로, 세계 최초로 완전한 크기의 원자로를 가동했다.
핸퍼드에는 냉전 시기 9기의 원자로가 건설돼 가동됐고, 인근의 리치랜드는 '유령마을'이 됐다.
그러나 대지진에 이은 지진해일(쓰나미)이 원전을 덮친 동일본 지역에서는 7년이 지났어도 아직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고 재난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만 7만3천 명에 달하며 이들은 경제적,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후쿠시마 원전은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낸 채 원전 내부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본격적인 폐로 작업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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