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거짓해명·가짜경력 시장·군수 당선무효형 선고 엄벌
"선거 영향 미미" 유형 비슷한 의원들 직위 유지시켜 '대조'
(전국종합=연합뉴스) 공직 선거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진의를 왜곡시켜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점에서 엄벌한다는 게 법원의 기조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 공표, 즉 거짓말을 한 게 문제 돼 중도낙마로까지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국회의원 중에는 허위사실 공표로 직위를 상실하는 형을 받아 낙마한 사례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의원들은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비교적 관대한 처벌을 받아서다.

지난달 말 충북 괴산군 나용찬 전 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5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돼 불명예 퇴진했다.
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나 전 군수는 보궐선거를 앞둔 2016년 12월 견학을 가는 지역 단체에 찬조금 명목으로 20만원을 준 게 문제 돼 기소됐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후 '돈을 빌려줬다가 받은 것'이라고 거짓 해명을 한 기자회견이었다.
기부행위에 허위사실 공표죄까지 더해진 나 전 군수에게 법원은 "소액이지만 죄질이 좋지 않고, 특히 공개적으로 이뤄진 거짓 해명이 선거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나 전 군수가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더라면 당선무효형만큼은 피할 수도 있었지 않았겠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언론에 성명을 발표, 거짓 해명을 한 자유한국당 김한표(경남 거제) 국회의원은 나 전 군수와 달리 중도낙마를 면했다.
김 의원은 2002년 뇌물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20대 총선을 1년가량 앞둔 2015년께 뇌물죄에 대해 사면 복권됐다는 거짓 성명서를 작성, 언론에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 의원에 대해 벌금 400만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사면 복권되지 않았음에도 거짓 성명서를 배포한 것은 유죄가 인정되지만, 당선을 무효화할 정도의 혐의는 아니다"라며 벌금 80만원을 선고했고,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현삼식 전 경기 양주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때 '희망 장학재단을 만들었다'거나 '지자체 중 유일하게 박물관·미술관·천문대를 보유하고 있다', '민간 운영 관리권을 매입하고 국가재정사업으로 전환해 2천500억원의 시 재정을 절감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선거공보에 실어 유권자에게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2심에서 2천500억원 규모의 시 재정 절감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으나 나머지 2건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 150만원이 선고됐다. 이듬해 대법원 확정판결로 현 전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반면 20대 총선 과정에서 선거 공보물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른미래당 권은희(광주 광산구을)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벌금 80만원을 확정받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권 의원은 2016년께 선거 공보물과 명함, SNS 등에 '하남산업단지 2천944억원 예산 확보'라고 허위사실을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결과 하남산단은 2015년 7월 총 2천944억원 규모의 노후거점산업단지로 지정됐을 뿐 실제로 예산이 확보된 상태는 아니었다.
법원은 "법률 전문가이자 국회의원인 피고인이 '사업비의 예정'과 '예산 확보' 문구의 차이점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으로 인정된다"면서도 "기재된 허위사실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당선무효형에 못 미치는 벌금을 선고했다.
한국당 함진규(경기 시흥갑) 국회의원 역시 20대 총선을 앞두고 허위사실을 담은 의정 보고서 7만5천부를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사건 경위나 표현 수위 등을 두루 고려할 때 의원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벌금 90만원에 그쳤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 정서적 관점에서 결과만을 놓고 보면 판례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모든 재판에서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 해석은 재판부의 독립적인 판단에 맡기기 때문에 선고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선경 장덕종 전창해 최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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