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구급대원들] ③ "소중한 생명 책임지는데 폭행이라니…참담합니다"

입력 2018-05-03 14:30  

[매맞는 구급대원들] ③ "소중한 생명 책임지는데 폭행이라니…참담합니다"
술 취해 휘두른 주먹, 퍼붓는 욕설…"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
속수무책 맞을 수밖에 없어 '답답'…"경호원이라도 둬야 하나"


(전국종합=연합뉴스) "만취객은 대화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발과 주먹을 휘둘러도 일방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남 진주에서 근무하는 A 구급대원은 지난달 8일 거리에 쓰러진 40대 만취 여성을 구조하러 갔다가 구급차 환자실에서 다리를 폭행당하고 왼쪽 뺨을 두들겨 맞았다.
황당하고 참담한 기분까지 들었지만 참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A 대원은 "취객이 때리면 속수무책 맞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결할 대책이 없는 게 더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원도에서 근무하는 B 구급대원 역시 지난 2월 24일 구급출동을 했다가 술에 취한 60대 여성에게서 폭언과 폭행을 당한 일이 아직도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다.
B 대원은 "도와드리러 간 건데 대원들을 때리거나 욕하면 '이게 지금 내가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한동안 기분도 좋지 않다"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처럼 구급대원에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욕설을 퍼붓는 일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가해자 중 취객이 대부분으로 이들이 저지른 폭행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구급대원들에게 심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경기 남양주소방서 소속 한 구급대원은 "응급 환자보다 더 긴장되고 힘든 신고가 주취자 관련 신고"라며 "의사소통도 힘들고 욕설이나 심할 경우 폭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하소연했다.
이 대원은 "특히 2인 1조로 출동하면 좁은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 1명이 주취자를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취자가 난동을 부리면 기본적인 방어가 힘들다"라며 "특히 여성 구급대원들이 많이 힘들어하지만, 대책도 딱히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위급하지 않은 경우 신고단계에서 구급대를 출동시키지 않을 수 있으나 응급 여부 판단이 쉽지 않아 소방에서는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대부분 구급대를 출동시킬 수밖에 없다.
구급차 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구급대원들에게 웨어러블 캠도 배부했으나 폭행 방지보다는 폭행 사실을 입증하는 기능을 할 때가 더 많다.
사실상 폭행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취객이라 할지라도 환자는 환자인 만큼 구급대원 입장에서는 그냥 내버려두고 가기도 어렵다.

이흥교 강원도 소방본부장은 "소방 입장에서는 헛걸음하더라도 직접 가서 확인해볼 수밖에 없다"며 "출동하지 않거나 병원이송을 하지 않아서 잘못되면 나중에 가서 그 책임을 고스란히 소방에 묻기 때문"이라고 푸념했다.
나중에 '이송을 거부했다'고 민원을 넣는 경우도 많아 얻어맞더라도 병원까지 옮겨주는 게 죄책감도 덜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구급차 안에 경호원이라도 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해봤다"며 "상습범들은 목록을 만들어서 신고가 오더라도 출동을 거부하고 처벌수위를 크게 높이지 않는 이상 구급대원 폭행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속수무책으로만 당할 수 없어 지역마다 소방서마다 자구책 마련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조인재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장은 "애초 119상황실로 신고가 들어올 때부터 신고 내용을 상세하게 파악해 안전에 특별의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이를 출동대에 정확히 알려주라는 메시지를 주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119구급차를 타고 가다가 심각한 주취자의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해 경찰관 입회하에 이송하는 방법, 관련 법에 대한 처벌 규정에 대한 홍보 강화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성식 최재훈 김동민 박영서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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