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악수 보며 희망…"남북을 잇는 일꾼 역할 꿈꿔요"

입력 2018-05-04 08:01  

남북정상 악수 보며 희망…"남북을 잇는 일꾼 역할 꿈꿔요"
경기북부 유일 탈북민 대안학교 '한꿈학교' 학생들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남한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을 견학하면서 북한에도 저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관계가 좋아져 고향에 갈 수 있게 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지난해 탈북한 박모(16·여) 양은 "통일은 안 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살았는데 정상회담을 보니 희망이 생겼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양이 공부하는 '한꿈학교'는 정식 교육을 받을 시기를 놓친 탈북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이 학교에서 10대 초반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고졸 검정고시,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일 한꿈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최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보였다.



북한에서 살다 어릴 때 중국을 거쳐 탈북한 송모(19·여)양은 남북 두 정상의 악수를 보며 '혹시 고향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송양은 "다시는 고향에 못 갈 줄 알았는데 희망이 생긴 것 같다"라며 "요즘 공부를 하며 내가 (남북 관계 속)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군 복무를 하다 탈북한 정모(25)씨는 "북한 체제를 아는 입장에서 봤을 때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기대가 크다"며 "교류가 지금보다 활성화된다면 남과 북을 모두 아는 제가 여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학생들의 밝고 활기찬 모습은 보통 남한 청소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북관계나 정상회담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긍정적이면서도 똑 부러졌고, 먼저 다가와 "기자는 어떻게 될 수 있느냐"며 적극적으로 묻기도 했다.
하지만 밝아 보이는 이 학생들이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탈북 학생들은 대부분 북한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학교에 다니기는 했지만, 생업에 쫓겨 학업은 챙기지 못한 경우가 많다.
대입을 준비하는 박모(28·여)씨는 "공부를 하려고 앉아 있기가 너무 힘들다"며 "북한에 있을 때는 학교에 가도 장작으로 쓸 나무를 베거나 풀을 뽑으며 일만 해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낯설다"고 토로했다.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태어난 학생들은 학업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두언 한꿈학교 교장은 "탈북 여성들은 중국이나 동남아를 거쳐오며 생존을 위해 많게는 4번까지 결혼하게 된다"라며 "이 과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어를 모르고, 정서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한꿈학교는 10년 이상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매년 성과를 내고 있다. 2016년에는 졸업생 8명 전원이 수도권 소재 유명 사립대에 진학하기도 했다.
탈북 학생들에게 항상 남과 북을 잇는 '어댑터'가 될 것을 강조하는 김두언 교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남한과 북한을 모두 아는 탈북 학생들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며 "평화와 교류의 시대가 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꿈학교는 김우식 전 연세대 총장이 한꿈재단을 설립해 2004년 만들었다.
정부와 지자체, 기독교 단체 등의 후원을 받아 운영된다. 주로 학생들에게 검정고시와 대학 진학 지도를 하며, 하루 세 끼 식사도 제공하고 있다.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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