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가족의 갈등·화해를 그린 '야키니쿠 드래곤'

입력 2018-05-03 18:46  

재일교포 가족의 갈등·화해를 그린 '야키니쿠 드래곤'
1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동명 희곡이 원작




(전주=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일본은 1970년을 전후해 고도성장이라는 특급열차에 올라탄다. 일본 전역이 눈부신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지만, 오사카 간사이 공항 근처 국유지에 자리 잡은 재일교포 마을은 바깥세상의 변화와는 무관한 곳이다.
비가 오면 질척거리는 흙길과 두 명이 지나기에도 비좁은 골목길, 언제든 쓰러질듯한 목조 건물에 양철 지붕을 올린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은 재일교포 마을 한구석에 곱창구이집 '야키니쿠 드래곤'이 있다.
'드래곤'은 가게 주인 '용길'의 이름에서 따왔다. 용길의 아내 영순과 세 딸 시즈카, 리카, 미카와 아들 토키오가 '야키니쿠 드래곤'의 구성원이다.
이들은 한가족이지만 온전히 피가 이어져 있진 않다. 용길과 영순은 재혼한 사이다. 시즈카와 리카는 용길과 전처 사이에서 난 딸이고, 미카는 영순이 전쟁통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피란 올 때 데리고 온 딸이다. 용길과 영순의 아이는 아들 토키오가 유일하다.
여기에 큰딸 시즈카는 사고로 다리를 절고, 둘째 딸 리카의 남편 테츠오는 소꿉친구인 시즈카를 사랑한다. 미카는 유부남 하세가와와 교제 중이며, 아들 토키오는 왕따를 당해 출석하는 날보다 결석하는 날이 더 많다.
불화의 소지가 다분한 가족이지만 이들은 서로를 더없이 소중히 여기고 의지하며 힘든 하루를 버텨낸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아버지 용길과 어머니 영순이 서 있다.
제주 출신인 용길은 일본에 의해 전쟁터로 끌려가 한쪽 팔을 잃고 전후 일본에 남겨진다. 그는 고향에 돌아가려 했지만 4·3 사건이 터져 고향 마을이 사라지고 만다.
이어 6·25 전쟁이 터졌고 어린 리카를 데리고 일본으로 피란 온 영순과 만나 다시 한 번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놓치고 만다.
세 딸과 아들 토키오를 키우느라 밤낮없이 일하던 용길은 어느덧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포기하고 일본에서 살아가기로 한다.
"고향은 가까워. 하지만 멀어. 너무 멀어"라고 되뇌는 용길의 말에는 고향을 향한 재일교포들의 애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화의 결말은 현실적이다. 불법점거 상태였던 야키니쿠 드래곤은 강제 철거되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러나 이들은 떨어져 있어도 가족임을 잊지 않는다.
"떨어져 있더라고 우리 가족은 이어져 있어. 그걸 잊어서는 안된다" '야키니쿠 드래곤'을 떠나는 날 영순이 세 딸과 머리를 맞대고 읊조리는 말이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팡파르를 울린 이 작품은 정의신 감독이 직접 집필한 동명의 희곡이 원작이다.
연극으로 먼저 무대에 오른 만큼 영화 곳곳에 연극적 장면이 눈에 띈다. 작은 마을과 고깃집 안에서 대부분의 사건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설정부터 연극적이며, '야키니쿠 드래곤' 자체도 연극 무대의 세트를 연상시키는 공간이다.
교포 1세대인 용길과 영순역은 배우 김상호 씨와 이정은 씨가 맡았으나, 세 딸 역은 마키 요코, 이노우에 마오, 사쿠라바 나나미 등 일본 배우들이 맡아 양국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한국어보다 일본어 대사가 많은데, 용길이 미카와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자신을 찾아온 하세가와에게 일본어로 인생역정을 털어놓는 장면을 촬영하는 데만 8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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