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 순한 동물?…속리산 생태계 파괴 주범 된 꽃사슴

입력 2018-05-07 08:43  

여리고 순한 동물?…속리산 생태계 파괴 주범 된 꽃사슴
20여년 전 농장서 탈출했거나 방생된 뒤 100여마리로 불어나
토종식물 뜯어먹고 토종 산양·노루 쫓아내…9년간 93마리 포획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쫑긋 선 귀, 여리고 순한 표정 등은 통상 사슴류를 설명할 때 따라붙는 수식어다.

특히 꽃사슴은 적갈색 몸에 박힌 흰 반점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예쁜 이름이다.
우리나라 야생 꽃사슴은 1970년대 녹용 채취를 목적으로 대만에서 들여온 개체의 후손들이다.
원산지를 표시해 '대만 꽃사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1990년대 이후 속리산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세력을 불리면서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예쁜 이름이나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게 이곳에서는 황소개구리처럼 생태계를 파괴하는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다.
속리산에 사는 대만 꽃사슴들은 농가에서 탈출했거나 종교행사를 통해 방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대 20여마리에 불과했던 것이 꾸준히 불어나 지금은 100마리 넘는 개체가 법주사를 중심으로 동암골·여적암·만수리·화북 등에 살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속리산의 토종식물을 뜯어먹어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고, 산양·노루·고라니 같은 고유종 서식지를 빼앗는다는 점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속리산사무소 관계자는 "몸집 큰 대만꽃사슴이 번성하면서 노루와 고라니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공단 측은 고심 끝에 대만 꽃사슴 포획에 나서고 있다.

먹이가 줄어드는 겨울철 주요 서식지와 이동 경로에 대형 포획망(그물)을 설치해 과밀한 개체를 솎아내는 중이다.
이런 방식으로 2010년 이후 포획한 개체는 모두 93마리. 이중 6마리는 지난 겨울에 붙잡았다.
포획한 개체는 속리산사무소 인근에 설치된 계류장으로 보내 탐방객에게 공개된다. 교육목적으로 활용하면서, 일부는 동물원이나 복지시설 등으로 보내진다.
현재 속리산 계류장에는 4마리가 남아 있다.
공단 측은 산양 등 고유종이 서식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대만 꽃사슴을 지속적으로 생포해 공원 밖으로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속리산사무소 홍성열 자원보전과장은 "먹이가 풍부한 봄부터 가을까지는 포획망 속에 먹이를 풀어놔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겨울철 집중적으로 포획하기 위해 그물망을 추가로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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