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닷새간 바다표류→외양간 감금→협상…선원 석방과정 공개

입력 2018-05-04 18:53  

피랍→닷새간 바다표류→외양간 감금→협상…선원 석방과정 공개
가나 해적에 납치됐던 선원들 '생사의 기로', 외교부 공개로 드러나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지난 3월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해적에 납치됐다가 32일 만에 석방된 우리 국민 3명은 납치된 후 닷새간 해적 보트의 고장으로 바다에서 표류하는 등 생사의 기로에 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해적들은 지난 3월 26일(현지시간) 우리 국민 3명을 포함한 선원들을 자신의 스피드보트에 옮겨 태운 뒤 본거지로 향했다.
그러나 해적들이 항로를 잘못 잡으면서 이내 표류가 시작됐다.
해적들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서로 다투기도 했다. 자기들끼리 옥신각신하는 해적들을 바라보며 피랍된 선원들이 '차라리 바다 경험이 많은 우리에게 항로를 물어보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표류가 길어지면서 사흘째에는 물과 식량도 떨어졌고, 스피드보트의 엔진 2개가 고장이 나면서 보트는 낮의 불볕과 밤의 어둠 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헤매야 했다.
피랍 선원들이 '죽어도 땅에서 죽어야 하는데'라고까지 생각했던 절체절명의 순간, 천만다행으로 해적 보트는 인근을 지나는 카누를 만나 식량과 식수를 확보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점에 엔진이 다시 작동되기 시작하면서 표류 닷새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육지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상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해 '시간'을 들며 "(해적들이) 5일간 대양에서 표류하다 보니까 (우리측과) 접촉이 상당히 늦었다"며 "약 10일쯤 넘어서 최초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적들이 선원들을 감금한 곳도 환경은 크게 나을 것은 없었다.
선원들은 이후 '외양간' 수준의 거처에서 한 달 가까이 머물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두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초기에는 약간의 자유가 주어졌지만, 함께 납치된 다른 나라 선원이 탈출을 시도했다 잡힌 뒤로는 여건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사 감시의 눈을 피해 탈출하더라도, 수로가 복잡하게 펼쳐져 있어 빠져나갈 길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환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피랍 선원들은 납치된 기간 충분하지는 않아도 계란, 분유, 통조림 등 필요한 최소한 물품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선원들이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의 장기간 표류와 숙식으로 체중은 다소 줄었지만, 다행히 그간 큰 병을 앓지는 않았고, 현재 선원들의 건강도 대체로 양호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피랍됐던 선원들이 바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곧바로 다른 일을 하실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국민 석방은 외교부, 관계기관, 재외공관 등이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돼 가능했다"며 "선사도 적극적 협조해주는 등 협조 체제가 상당히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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