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째 무정부상태 이탈리아, 7월 재총선 가능성 급부상

입력 2018-05-08 00:07   수정 2018-05-08 21:41

2개월째 무정부상태 이탈리아, 7월 재총선 가능성 급부상

대통령-각 정파 최종 면담도 결렬…오성운동·동맹 "7월8일 재투표해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3월 4일 총선 실시 이후 2개월 째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오는 7월 재투표를 치르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반(反)난민 정서와 기성 정당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약진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 대표는 7일(현지시간)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과의 면담을 각각 마친 뒤 "정부 구성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 8일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고 나란히 주장했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이탈리아에 정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최종적으로 정부 구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투표를 위한 가장 이른 날짜는 7월8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 역시 "(각 정당끼리의 합의에 의한)연합 정부가 구성되지 않는다면 7월 8일 재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들이 오는 7월 재총선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날 진행된 마타렐라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교착 상태에 빠진 연정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이날 대통령 면담에서 이번 총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우파연합 내에서도 동맹이 최다 득표를 한 만큼, 자신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주면 군소 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개별 접촉해 과반 의석을 확보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파연합이 현재 과반 의석에서 약 50석이나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살비니 대표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주더라도 정부 출범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가 작용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각 정당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총선 2개월이 지나도록 정부 출범이 지연되자 이날 각 정파 대표들을 대통령궁으로 불러 모아 정부 출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사실상 최종 면담을 실시했다.
하지만, 정부 구성 권한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온 오성운동과 동맹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여전한 의견차를 드러냈고, 이에 따라 마타렐라 대통령은 정당 간 합의에 의한 정부 구성에 대한 기대감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전날 총리는 반드시 자신이 맡아야 한다는 지금까지의 완강한 입장에서 물러나 "동맹과의 합의 하에 누가 총리가 될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발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동맹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결별해야 한다는 연대의 전제 조건은 끝까지 고수했다.



오성운동은 "'부패의 대명사'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연정에 참여할 경우 이탈리아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며 동맹에 베를루스코니와의 결별을 재차 요구해 왔으나, 동맹은 공동으로 선거에 임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우파연합을 깰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해 양측의 결합은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다.



지난 3월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살비니 대표의 동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등 우파 정당 4곳이 손을 잡은 우파연합이 37%의 득표율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오성운동은 남부의 몰표에 편승해 32%의 표를 얻어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떠오른 바 있다.
우파연합 가운데에서는 동맹이 18%를 득표, 14%에 그친 FI를 제치는 파란을 일으키며 우파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바꿈을 했다.
반면, 지난 5년 간 집권 정당인 중도좌파 민주당은 19%의 득표율로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뒤 어떤 세력과도 연합하지 않은 채 야당으로 남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천명했다.

<YNAPHOTO path='AKR20180508000400109_04_i.jpg' id='AKR20180508000400109_1501' title='' caption='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

정당들 간의 합의에 의한 정부 구성이 끝내 불발되고, 오성운동과 동맹 등 거대 정당들이 오는 7월 재투표를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마타렐라 대통령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리 지명권을 쥐고 있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당초 연정 구성이 불발될 경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경제학자인 마리오 몬티 전 총리가 이끈 정부처럼 중립적인 전문 관료 등에게 총리를 맡기고, 각 정파가 모두 참여하는 거국 내각을 임시로 구성해 선거법과 내년 예산안 등 급한 현안을 처리하게 한 뒤 내년 초에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고려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거국 내각 구성에 오성운동과 동맹이 분명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만큼, 결국 이탈리아는 유례 없는 7월 재총선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통상 봄철에 총선을 실시해온 이탈리아가 여름 휴가철에 접어드는 7월에 총선을 치른 사례는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고 이탈리아 언론은 전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금명 간 재투표이든, 거국 내각 구성이든 정국 불안을 풀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통계청은 정부 구성 지연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이탈리아의 경제성장 전망도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이날 경고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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