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마크롱 1년] ②이미지 정치 평가 속 젊음·달변 어필

입력 2018-05-08 06:30   수정 2018-05-09 00:03

[佛마크롱 1년] ②이미지 정치 평가 속 젊음·달변 어필
파격의 통치스타일 연일 화제…트럼프·푸틴 등 '스트롱맨' 상대로 매력공세
독선 행보, 권위적 리더십 논란…"대통령 권한집중 심각, 의회민주주의 해쳐"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집권 1년을 맞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통치 방식과 정국 운영 스타일은 1년 내내 국내외에서 화제를 몰고 다녔다.
독선적이며 권위주의적이라는 비판 속에, 기업경영 방식을 그대로 정부 운영에 적용한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젊고 참신한 인간적 매력과 특유의 달변을 바탕으로 라이벌이나 적대세력을 단숨에 자기편으로 만든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대통령으로의 권한집중이 지나쳐 의회 민주주의의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젊고 강력한 최고 권력자'…파격의 통치스타일
마크롱은 취임하자마자 강한 대통령을 추구했다. 이는 그가 이용한 여러 상징적 장치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취임한 지 갓 한 달이 지난 작년 7월 상·하원 전체의원들을 소집해 합동연설을 하고 정치개혁과 개헌 구상을 천명한 게 대표적이다. 프랑스 대통령이 양원 합동연설을 하는 것은 국가적 비상상황이 아니고서는 거의 없는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마크롱은 굳이 의사당이 있는 파리 시내에서 상당히 떨어진 베르사유 궁을 연설 장소로 택했다.
소집령에 따라 절대왕정 시기 국왕의 위엄을 과시하는 궁전에 모인 1천여 명의 의원들은 갓 취임한 젊은 대통령으로부터 개혁대상으로 지목되는 '수모'를 톡톡히 겪어야 했다.
마크롱은 또 핵과 자체 무기체계 개발능력을 보유한 군사 강국의 리더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군을 적극적으로 이미지 정치에 활용했다.
군복 차림으로 핵잠수함에 머무르며 프랑스의 핵무기 체계를 보고받는가 하면, 아프리카의 프랑스군 기지를 깜짝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영국과 함께 시리아 공습을 단행한 직후엔 군 수뇌부와 상황실에 모여 작전화면을 지켜보는 모습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프랑스 대통령이 이렇게 군대를 대놓고 이미지 정치에 활용한 이는 마크롱이 유일하다.


◇'스트롱맨은 내게 맡겨라'…트럼프·푸틴 상대로 강점
젊음을 무기로 한 생기있는 모습과 특유의 달변은 외교무대에서 무기가 되기도 한다.
마크롱은 특히 좌충우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요리'할 줄 아는 서방의 유일한 리더로 꼽힌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인상적인 강한 악수로 기세를 보여준 데 이어 프랑스 혁명기념일에는 트럼프 부부를 파리로 초청해 샹젤리제 거리의 대규모 열병식을 보여주며 환심을 샀고, 최근 미국 국빈방문에서도 트럼프와 프랑스식 볼 인사를 나누는 등 친밀함을 과시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 자유무역과 기후변화 대처 리더십 발휘를 대놓고 촉구하기도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르사유 궁에 초청해서도 직설적이고 도전적인 태도로 이른바 '스트롱맨'을 상대하는 그만의 방식을 보여줬다.
그는 또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최근 생방송 TV 인터뷰에 잇따라 출연해서는 준비한 원고도 없이 공격적인 사회자의 질문에 매끄럽게 대응하는 모습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마크롱의 지지율 하락세는 생방송 인터뷰 방송 직후 반등했다.

◇효율과 신속성이 최대 덕목…여러 개 국정과제 동시다발로 밀어붙여
마크롱식의 국정 운영의 핵심은 바로 효율성과 신속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 있다.
그가 국정과제를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지지율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여러 개의 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신속하게 밀어붙여 최대한의 성과를 달성하는 방식이 도드라진다.
노동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노조들이 여름 바캉스로 조직력이 약해진 틈을 타 개정안 수렴작업을 하다가 가을이 오자 이를 맹렬히 밀어붙였다. 의회 심의를 크게 단축하려고 일반적인 법 제·개정절차가 아닌 법률명령이라는 우회로를 동원했고, 노조들은 정부의 맹렬한 기세에 주춤거리다가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했다.
이런 신속한 결정과 맹렬한 추진 방식에 대해 마크롱은 최근 잡지 '라 누벨 르뷔 프랑세즈'(NRF)와 인터뷰에서 "행해진 선택은 내 것이다. 결정의 근거를 설명하는 것이 싫다. 숙고의 때와 결정의 때가 따로 있다. 이 둘은 섞일 수 없다"고 말했다.
효율성을 가장 중시하는 이런 방식은 마크롱이 투자은행가로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일했던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여론조사업체 세비포프의 정치분석가인 뤽 루뱅 박사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마크롱주의는 기업경영을 정부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장관들과 의회는 여기에 거의 영향력이 없다"고 말했다.


◇의회, 대통령의 거수기 전락 위험…권한집중에 '新 보나파르트주의' 우려
루뱅 박사의 지적대로 마크롱의 효율성·신속성에 대한 강박, 어떻게 해서든 국정과제를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은 엘리제 궁으로의 권한집중과 내각·의회의 약화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의 권한집중이 도마 위에 오른다. 프랑스 정가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장인 알렉시 콜러(45)가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해 내각과 의회를 통제하는 중심에 있다는 게 정설이다.
콜러는 마크롱의 국립행정학교(ENA) 동문으로, 프랑스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지에서 일한 정통관료 출신이다.
여기에 마크롱의 '입'과 이미지 홍보에는 서른이 갓 넘은 홍보특보 이스마엘 에믈리앙(31)이 전권을 행사한다. 장관들도 이 둘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의회가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 대선 승리 한 달 뒤 치러진 총선에서 사회당(중도좌파)은 의석수가 10분의 1로 쪼그라들며 사실상 몰락했고 공화당(중도우파)도 완패해 현 프랑스 하원은 사실상 마크롱의 수중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크롱이 창당한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소속 의원 절반 이상이 정치 경험이 전무한 신인들로, 이들은 정계에 자신을 발탁해준 대통령의 입김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이런 가운데 마크롱은 정치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득권을 줄이겠다면서 상·하원 의원 30% 감축안이라는 극약 처방을 제시했다.
야당들은 대통령의 이 같은 '독주'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제1야당 공화당의 하원 원내대표 크리스티앙 자콥 의원은 "마크롱에게 이상적인 세계는 의회가 없는 곳"이라며 "의회를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대통령이 의회 없이 5∼6명의 테크노크라트(전문관료)의 힘으로만 통치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마크롱의 행보를 나폴레옹에 비유하는 일도 흔하다.
정치컨설턴트 스테판 로제는 르몽드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국민과 정치의 매개체인 의회의 역할을 해치면서까지 엘리제 궁에 권력을 집중시켰다"면서 "신(新) 보나파르트주의"라고 비판했다. 보나파르트주의는 나폴레옹식의 독재정치를 말한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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