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기업 노동법제에 강력한 사회안전망 정비 동시 추진
"제대로 된 사회정책 하려면 경제개혁 성공해야" 강조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리는 프랑스의 미래는 과거 전후 '영광의 30년'(Les Trente Glorieuses)이라 불리는 현대 프랑스의 전성기 모습과 비슷하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점령을 받는 치욕을 겪었지만, 해방 후에는 이런 치욕을 자양분 삼아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맸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거듭했다.
예술과 학술이 꽃을 피우며 예전에 누렸던 문화강국 지위를 어렵지 않게 회복했고, 국방을 정비해 핵을 보유하고 방위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동시에 손에 쥐었다.
여기에는 나치에 저항해 '자유 프랑스'를 이끌었던 샤를 드골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한몫했다.
그는 임기 말에는 사회 보수화의 장본인이자 권위적 리더십의 화신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전후(戰後)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서 약간 비켜서서 유럽 통합의 흐름을 주도하고 독자적인 강대국 모델을 밀어붙인 점은 업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후 프랑스는 과도한 규제 등에 발이 묶여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고 실업문제가 굳어지는 등 선진국병을 앓게 됐다. 개혁의 적기를 여러 차례 실기하면서 이런 상황은 현재까지 크게 다름없이 이어지고 있다.
마크롱은 이런 시기에 등장해 위대한 프랑스의 재건을 기치로 내걸고 각종 국정과제를 맹렬히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마크롱을 '골리스트'(드골주의자)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마크롱은 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낮추고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대폭 도입해 막강한 프랑스 노조들의 권한을 제한하면서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강력한 광산노조를 상대로 일전을 벌인 끝에 신자유주의 경제 기조를 정착시킨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마크롱이 흉내 내려 한다는 공격도 흔하다.
그러나 마크롱과 대처를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그가 지향하는 바는 기업과 자본의 자유를 극대화한 모델이라기보다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사회안전망 확충과 기업 친화적 노동법제를 결합한 북유럽식 사회모델에 가깝다.
마크롱 본인도 최근 생방송 TV 인터뷰에서 "정말 제대로 된 사회정책을 구현하려면 경제부문에서 성공해야 한다"면서 지향점이 북유럽 모델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마크롱은 작년 개정 노동법을 맹렬히 밀어붙인 끝에 노동규제 쪽에서 자신이 원하는 그림은 일단락했다.
프랑스 정부는 해고된 사람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사직한 사람들도 실업급여 대상에 포함하는 한편, 수급대상을 임금근로자뿐 아니라 파산한 자영업자와 농어민으로까지 확대하는 등 사회안전망의 외연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독일식 재정 건전화 모델을 결합해 국가재정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는 구상이 곁들여졌다. 국가재정의 고삐를 바짝 죄어 프랑스가 다른 국가들과 다름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실제로 마크롱 집권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적자가 유럽연합(EU)의 권고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3% 아래로 떨어졌다.
북유럽식 모델의 핵심인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방안으로 프랑스는 국회의원들의 각종 특권을 줄이고 공직자의 청렴도를 높이는 방향의 정치개혁을 단행 중이다.
집권 후 유로존 경제 회복세에 따라 각종 경기지표가 개선되는 것도 호재다.
하지만 마크롱의 구상이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좌와 우를 뛰어넘는, 또는 좌와 우를 모두 포괄하는 이런 정치 실험은 마크롱 이전의 프랑스 대통령들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길이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전통적인 좌·우파 구분에 익숙한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강력한 노동계의 양보를 끌어내는 한편, 사회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기까지 남은 기간은 4년, 재선에 성공할 경우 최대 9년이다. 프랑스와 같은 대국의 진로를 수정하기에 그리 길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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