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탄 백미경의 '우리가 만난 기적' 절반의 성공

입력 2018-05-09 06:30  

지상파 탄 백미경의 '우리가 만난 기적' 절반의 성공
배우 열연과 폭넓은 공감 vs 지루하고 혼란스러운 전개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전작들처럼 '홈런'까진 아니지만 지상파라는 새로운 환경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양새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JTBC에서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를 연이어 히트시키고 KBS 2TV로 건너와 '우리가 만난 기적'을 집필 중인 백미경 작가 이야기다.
전체 이야기 절반을 넘긴 '우리가 만난 기적'은 9일을 기준으로 평일 미니시리즈 중 유일하게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시청률 성적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김명민을 위시한 배우들의 열연이다.
특히 김명민은 냉정한 은행 지점장 송현철A와 중국집 주방장 송현철B(고창석 분)의 영혼이 들어간 송현철A뿐만 아니라 송현철A와 송현철B의 기억과 마음이 혼재하는 송현철C까지 1인 3역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극은 비현실적이지만 김명민의 뛰어난 연기력은 남모를 고민을 안고 사는 중년 남성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시청자 폭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백미경 작가와 이형민 PD가 "무엇보다 연기력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작품인데, 최고 배우들과 함께해 영광"이라고 했듯 김명민 외에 여주인공인 김현주와 라미란의 열연도 극의 몰입력을 한층 강화한다.



다만 이런 평이 백미경 작가로서는 다소 아쉬운 대목일 수도 있다.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가 배우들의 호연뿐 아니라 반전의 매력이 뚜렷한 촘촘한 대본이 크게 회자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뻔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한 백미경 작가는 최근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1인2역 소재를 가져오면서도 '육체임대'란 단어를 빌려 이야깃거리를 차별화했다.
또 지상파 가족극인 만큼 같은 코미디 요소를 넣더라도 '품위있는 그녀'에서 선보인 '총각김치 뺨따귀' 같은 자극적인 장면보다는 황금녀 역의 윤석화와 카메오로 출연한 김민종이 신(神) 아토(카이)의 개입으로 갑자기 막춤을 추는 등 전 세대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장면을 삽입한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수회째 송현철A의 아내 선혜진(김현주)과 송현철B의 아내 조연화(라미란) 사이에서 갈등하는 송현철C(김명민)의 모습은 지루함을 안긴다. 시청평에도 "10~12부작을 20부작으로 늘려놓은 느낌이라 지루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현실에서 있었을 법한 차명계좌 악용 불법 대출 사건은 송현철A와 송현철B를 이어주고 극을 끌고 가는 중심 스토리이지만 삼각관계에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다.
송현철C가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 자체가 혼란스럽다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송현철B의 마음과 기억을 가진 상태에서 선혜진에게 가는 것도, 송현철A의 얼굴을 하고 조연화에게 가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아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다.
이밖에 은행 사람들이나 금성무(조셉 리)의 이야기는 극의 큰 줄기와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백미경 작가는 '우리가 만난 기적'이 가장 먼저 집필한 작품이라고 했다.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초기 그가 구상한 세계관이 지상파에서 실현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또 상당 회차가 남은 가운데 특유의 뒤통수 때리는 반전을 이번에도 볼 수 있을지 역시 기대를 버릴 수 없는 대목이다.
배경수 책임프로듀서(CP)는 통화에서 "초반에 몰아치고 뒷부분에서 감정을 쌓는 작품이 있다면, '우리가 만난 기적'은 초반에 감정선을 쌓고 후반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조"라며 "후반부 송현철의 고뇌와 불법대출 사건 등 굵직한 실마리들이 풀리는 과정이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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