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 6집, 음악으로 써내려간 로드무비

입력 2018-05-09 00:00  

페퍼톤스 6집, 음악으로 써내려간 로드무비
"백발 할아버지 돼도 노래할 것…인생 길잖아요"
6월 9∼10일 단독 콘서트 개최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배낭에 칫솔을 챙겨 넣을 때의 어수선함, 기차역의 덜컹대는 소음, 공항을 나서는 순간의 낯섦.
2인조 록밴드 페퍼톤스가 선보인 정규 6집 '롱 웨이'(Long Way)는 길 위에 선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설렘의 기록물이다. 예쁘고 착한 가사와 편안한 느낌은 예전 그대로다. 그러나 곳곳에 배치된 실험적인 사운드는 신구 팬 모두를 기쁘게 한다.



지난 4일 강남구 신사동 안테나뮤직에서 페퍼톤스를 만났다. 1981년생 동갑내기인 이장원, 신재평은 "이제 30대 중반이라고만 봐줘도 감사하다"고 했지만 여전히 소년 같은 눈매였다. 3년 9개월 만에 새 앨범을 소개하는 자리라 떨린다고 했다.
"그동안 음악을 쉰 건 아니에요. 단독 공연, 페스티벌 출연, 여름 클럽투어도 계속했죠. 3년 9개월간 물이 나오지 않는 마른걸레를 짰네요. 새로운 레퍼토리를 만들어내 고무적입니다."(이장원)
가벼운 싱글이 범람하는 시대에 8곡이 담긴 묵직한 정규앨범을 낸 의미도 남다를 법했다. 신재평은 "활동하다 보니 동어반복이 되는 것 같았다. 새로운 이야기를 묶어낼 수 있을 때를 기다리다 좀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롱 웨이'는 여행을 떠난 여덟 명의 이방인이 들려주는 노래 8곡을 담았다. 화자의 국적도, 성별도 다르며 인간인지 동물인지 외계인인지도 불분명하다.
"내 낡은 배낭 가득히 담아온 긴 이야기"(긴 여행의 끝)를 듣다 보면 "자 나를 따르라 한 번도 닿은 적 없는 곳으로"(카우보이의 바다)라고 외치는 카우보이와 무작정 떠나고 싶다. 모든 걸 간직한 카메라 필름을 돌리면 "들뜬 밤 바닷가 모닥불 소리"(카메라)가 되살아나고, 스산한 겨울날 작은 새는 "따뜻한 남쪽 나라 모두가 기다리는 곳"으로 떠날 날을 꿈꾼다. 음악으로 풀어낸 로드무비인 셈이다.
카이스트(KAIST) 출신인 페퍼톤스는 대학 시절의 기억을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학교를 대전에서 다녔잖아요. 주말에 경기도 안양 집으로 돌아갈 때면 2시간짜리 버스를 탔어요. 버스터미널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거기서만 느낄 수 있는 희한한 기분이 있었죠. 모두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무 말도 없는…. 모든 사람은 한 곳에 정착한 동시에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으니까, 비유적으로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어요. 이동하는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을 담고 싶었죠."(신재평)



특히 이번 앨범에는 안테나 소속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이진아가 부른 트랙 '할머니의 낡은 로케트'가 귀를 사로잡는다. 이진아 특유의 속삭이는 듯한 보컬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장원은 "진아 씨의 목소리는 SBS 'K팝스타'로 유명해지기 전부터 익히 알았다. 우리 음반 어디에든 넣어야겠다 싶어서 정규 5집 코러스로도 썼다"며 "일찌감치 그를 알아본 우리는 어찌 보면 힙스터"라고 웃으며 말했다.
앨범 분위기와 결이 다른 노래도 있다. 6번 트랙 '노를 저어라'다. 외딴 바다를 떠도는 넋들의 힘찬 뱃노래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만들었지만 묵혀놨다가 이제야 세상에 내놓았다.
페퍼톤스는 이번 앨범이 음악 활동의 변곡점이었다고 했다.
신재평은 "지금 시대가 가장 관심 두는 음악에 도전하긴 어렵다. 꾸준히 해온 음악으로 우리 철학을 꾸준히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라며 "하지만 우리 음악과 공연 구성이 익숙해져 버린 게 아닐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시도도 했다. TV와 친하지 않던 두 사람이 KBS 예능 '건반 위의 하이에나'에 출연해 노래를 만드는 과정을 공개한 것. 2번 트랙 '카우보이의 바다'는 춘천의 한 학교에서 녹음한 것이다. 천장이 높아 메아리치듯 소리가 울렸고, 창문으로 햇빛이 쏟아져 야외 공연을 하는 기분으로 노래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이장원은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음악으로만 얘기를 풀어내는 게 고지식해 보일까 봐 한 선택이었다.
다만, 루시드폴이 귤과 앨범을 홈쇼핑으로 팔아 화제가 됐듯이 새로운 프로모션을 해볼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이장원은 "그 홈쇼핑 방송에 귤 시식단으로 출연했는데, 우린 절대 이런 걸 하지 말자고 했다. 끼워 팔 귤도 없다"고 농반진반 말했다.
페퍼톤스는 다음 달 9∼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단독 콘서트 '롱 웨이'를 연다.
"저희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돼서도 '뉴 히피 제너레이션'(2집 타이틀곡)을 부르고 싶어요. 인생은 기니까 꾸준하게 가야죠. 여러 일이 벌어지는 게 인생이잖아요. 한결같은 발걸음으로 걸어가서 끝에 뭐가 있는지 보자는 태도로 음악을 하다 보면, 뭔가 있지 않을까요?"(신재평)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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