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짐체인지 겨냥해 이란 핵합의 파기"

입력 2018-05-09 11:25  

"레짐체인지 겨냥해 이란 핵합의 파기"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동맹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핵협정(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한 이면에는 궁극적으로 이란의 체제변화(레짐체인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8일 포린폴리시(FP)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지역 분쟁 개입 확대 등 여러 구실을 내세우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내 매파와 유대 로비세력들은 줄곧 이란 이슬람 정권의 붕괴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의 탈퇴 동기가 시리아 아사드 정권과 레바논 헤즈볼라 지지와 같은 이란의 지역 개입과 영향력 확대 때문이었다면 오히려 핵협정에 잔류해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우려 사안에 대해 이란을 압박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FP는 지적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핵협정을 도출했던 다국적 공조를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이란도 미국 정부의 약속이행에 대한 신뢰가 깨진 만큼 앞으로 미국과 협상하길 꺼릴 것이라고 FP는 덧붙였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을 탈퇴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단순하다. 이란을 계속 벌칙구역(penalty box)에 한정시켜 외부 세계와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정부는 물론 미-이스라엘 공공위원회(AIPAC)를 비롯한 미국 내 우익 이스라엘 로비 단체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 내 매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라고 FP는 밝혔다.
이들이 한결같이 두려워해 온 것은 미국과 중동의 동맹들이 궁극적으로 이란을 합법적인 지역 세력으로 인정해 어느 정도의 영향력 행사를 용인하는 것이다.
이란을 지역의 '왕따 국가'로 게속 고립시켜 지역 사안에 대한 정상적인 간여를 봉쇄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구상의 한 복판에는 지난 수십 년 간 미국의 매파와 미국에 망명 중인 이슬람 반군단체 등 (이란) 반체제 세력들이 추구해온 레짐체인지라는 드러나지 않은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고 FP는 지적했다.
매파들은 이란 이슬람 정권의 레짐체인지를 위해 두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는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강화해 내부 불만을 조성함으로써 민중봉기에 의해 이슬람 성직자 정권의 붕괴를 끌어내는 것이다.
두 번째 선택은 이란으로 하여금 핵 개발을 재개토록 부추김으로써 미국 측에 예방전쟁의 빌미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압박을 통해 내부 봉기를 촉발한다는 구상은 과거 북한이나 쿠바 등 독재국들의 사례에 비춰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 리비아나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도 서방의 제재를 견디어냈다.
몇 개월 전 이란 내 일부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해 매파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찻잔 속 미풍에 그쳤다.
핵협정을 탈퇴하고 이란에 제재를 다시 가하는 것으로는 이란을 굴복시킬 수 없다. 또 만약 현 정권이 무너진다 해도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이 지원하는 레짐체인지가 이라크에서 내전을 일으켜 잔혹한 반란과 함께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 조직이 탄생했음을 목격한 바 있다.
외세가 간여한 리비아 레짐체인지도 유사한 상황이다.
미국은 또 근래 소말리아와 예멘, 아프가니스탄 및 시리아 사태에 개입했으나 한결같이 불안만 가중되고 테러리스트들이 발호하는 온상이 됐다.
또 지난 1953년 미국의 지원으로 민선 정부가 축출되고 팔레비 왕정이 복원된 후 반미감정이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거쳐 지금까지 팽배해 있음을 보고 있다.
두 번째 옵션인 예방전쟁은 이란의 핵인프라를 파괴하는 한편 이란 주민들을 부추겨 (사태를 초래한) 정권을 타도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이란 영토에 폭탄을 떨어트릴 경우 이란의 민족주의를 부추겨 이슬람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을 더욱 공고히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습을 가할 경우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일부 지연시킬 수 있을지언정 완전히 저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이란인들에게 핵이라는 저지력 확보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공습은 핵 개발을 수년 지연시킬 수 있으나 결국 이란은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다. 또 지역의 다른 나라들도 이란의 전례를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미국의 전쟁 전략은 지역에 핵무기를 보유한 일부 정권들의 등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FP는 지적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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