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이브로 리그 1위 질주…평균자책점 1.15로 '짠물 투구'
"스피드는 신경 안 써…오히려 무리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마무리 투수 수난시대에 한화 이글스 '수호신' 정우람(33)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정우람은 9일까지 17경기에 등판해 1승 13세이브 평균자책점 1.15로 '짠물 투구'를 선보이며 한화의 단독 3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한화가 거둔 20승(16패) 가운데 정우람이 지킨 승리가 65%다.
삼진 18개를 빼앗는 동안 볼넷은 단 4개만 허용했고, 이닝당 주자 출루(WHIP·0.83)와 피안타율(0.158) 모두 특급 성적이다.
특히 8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는 상대 마무리 조상우(24)가 9회초 4실점으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뒤 9회말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 '마무리는 이런 것'이라는 걸 대조적으로 보여줬다.
조상우는 시속 150㎞ 후반대 공을 던지는 강속구 마무리 투수지만, 정우람은 그보다 15㎞ 느린 공으로도 타자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한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가장 마음 편하게 보는 게 9회"라면서 "정우람의 시속 140㎞는 그냥 140㎞가 아니다. 직접 (타석에서) 보니 150㎞ 같은 느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9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정우람은 "스피드는 크게 신경 안 쓴다"면서 "오히려 공에 스피드가 더 나오면 힘이 들어가 무리일 수도 있다. 1㎞ 빨라진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시속 140㎞ 직구로도 타자를 압도하지만, 컨디션이 좋을 때는 145㎞까지 전광판에 찍는다.
그런 날에는 타자가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다.

정우람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컨디션이 되게 좋은 그런 날이 있다. 몸 관리를 잘해야 페이스가 안 떨어질 것"이라며 컨디션 조절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이번 시즌 고통에 대한 걱정 없이 경기에만 전념한 덕분에 결과도 좋다고 말한다.
그는 "어깨나 몸이 많이 좋아진 덕분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며 "조금만 불편해도 신경 쓰이는데, 올해는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자신했다.
정우람은 큰 부상 없이 마운드를 지키는 선수지만, 투수의 직업병인 어깨 미세 통증은 그를 꾸준히 괴롭혔다.
올해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으로 시즌을 준비한 그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시속 140㎞ 같은 150㎞' 말고도 정우람의 장점은 많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도 좋지만,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털'이 돋보인다.
한 감독은 "차분한 성격에 잔잔하게 (감정을) 깔고 간다. 잘하는 선수인데 튀지 않는다"고 정우람의 성격을 말한다.
정우람은 "등판할 때 경기 상황보다는 나에게 집중한다. (위기에 등판해도) 별다른 생각을 안 한다"며 평정심을 호투의 비결로 꼽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공을 던지는 건 세상의 모든 마무리 투수가 꿈꾸는 일이다.
정우람은 "선수마다 비결이 있을 것"이라며 "마무리 투수 자리가 쉽지 않다. 그 마음을 안다"고 말했다.
현재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우람은 1992년 송진우(17세이브) 이후 26년 만의 이글스 구원왕을 노린다.
그는 "기록이라는 게 운도 따라야 한다"면서 "컨디션을 잘 유지하면 기록도 따라올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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