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관파천의 현장' 러시아공사관…45년 만에 내부공개

입력 2018-05-10 15:59   수정 2018-05-10 16:07

'아관파천의 현장' 러시아공사관…45년 만에 내부공개
6·25전쟁 이후 첨탑만 남아…중구, 공사관 복원·정비 추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구한말 위용이 대단했다던 첨탑 안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한 명이 겨우 오르내릴 정도로 좁고 가파른 계단을 지나 꼭대기 층인 3층에 올라서자 정동과 뒤편으로 남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나선형 계단이 설치됐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벽면에 그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1973년 이후 외부에 열리지 않은 서울 정동의 구(舊) 러시아공사관 첨탑 내부가 45년 만에 언론에 공개됐다.
서울 중구는 '구한말 외교와 교육'을 테마로 오는 11∼12일 여는 '정동야행'을 앞두고 대한제국 시기 외교의 중심지였던 러시아공사관 내부를 10일 오후 언론에 제한적으로 공개했다. 건물이 워낙 낡은 데다 낙석 등 안전 문제가 있어 일반인 출입은 계속해서 통제된다.
러시아공사관은 비운의 '아관파천' 현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아관파천은 명성황후가 일본군에 시해된 이듬해인 1896년 2월 11일 고종이 세자(순종)와 함께 경복궁에서 러시아공사관(아관·俄館)으로 피신한 사건이다.
고종은 1897년 2월 20일 경운궁으로 환궁할 때까지 1년간 러시아공사관에 머문다. 이 기간 친일파 김홍집 내각이 무너지고 친러시아 내각이 수립됐으며 서재필이 이끄는 독립협회가 결성됐다.




다사다난한 시대의 증인이 된 러시아공사관 건물은 1890년(고종 27)에 준공된 서양식 건물이다. 독립문(1896)과 덕수궁 정관헌·중명전·석조전 설계·감독을 맡은 스위스계 러시아인 사바틴이 설계했다.
벽돌로 된 2층짜리 본관을 세우고, 한쪽에 탑을 세웠다. 입구에는 개선문 형태의 아치형 문이 있었다.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머문 방은 공사관에서 제일 좋은 방으로, 내부가 르네상스풍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고 한다.
정동의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 잡았기에 지금처럼 높은 건물이 주변에 없다면 탑 위에서 궁궐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 공사관을 둔 다른 나라를 견제하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담겨 건물·대지 규모가 인근의 미국, 영국, 프랑스공사관보다 컸다.
그러나 본관 건물은 6·25 전쟁 때 폭격을 맞아 파괴되고 지금은 첨탑과 지하 통로만 덩그러니 남았다. 첨탑도 훼손된 채 놓여 있던 것을 1973년 복원한 것이다.
석재와 회색 벽돌로 쌓은 탑은 복원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흰색 칠로 마감됐다.




중구청은 문화재청과 함께 구(舊) 러시아공사관 복원·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 복원을 위한 종합정비계획 용역을 발주했다. 내년에는 첨탑 전반을 보수한다.
내년께 용역 결과가 나오면 복원 형태와 범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러시아공사관 본관 건물이 있던 부지에는 이미 고급 빌라가 들어서 있기 때문에 전면 복원은 어려운 상태다.
박대석 중구청 건축과 주무관은 "러시아공사관 설계도가 국내에는 남아있지 않고, 러시아에 있기 때문에 복원을 위한 기본 자료가 부족한 상태"며 "자료 확보가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는 러시아공사관 바로 앞 정동공원에서 오는 11일 저녁 대한제국 당시 외교 관가의 연회를 재현한 '정동연회'를 연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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