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공간 잇단 개방 이례적…'배웅정치'로 친근 이미지도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최근 남북·북중·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잇달아 평양을 방문하는 가운데 이들을 맞고 보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극진한 환대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은 부친인 김정일 시대만 해도 성역으로 여기던 노동당 본청사(본관)의 집무실로 외빈을 초청해 만나고 있다.
그동안 최고지도자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청사는 '혁명의 수뇌부'로 불리며 어떤 외부 인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의 이른바 '집무실 외교'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초 방북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을 맞을 때 접견실을 외부에 공개한 데 이어 지난 3일 평양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같은 곳으로 초청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노동당 청사에서 만나 접견실에서 회담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만을 위한 공간을 현안 논의를 위해 방북한 외국의 고위인사에게 공개함으로써 극진한 환대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방북 인사들과의 만남이 끝나고 나서 헤어질 때면 매번 문밖에까지 따라 나와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모습으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공개한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전날 회동 영상에서는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성의껏 배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담화를 끝내고 나서 본청사 문밖에까지 따라 나와 작별 악수를 한 뒤 폼페이오 장관을 태운 검은색 리무진 차량이 주차장 밖을 빠져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남쪽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과 만찬 회동을 마치고 헤어질 때도 주차장까지 나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특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특사단이 탄 차량이 출발하자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당시 공개된 북한 TV 영상에서는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이 열심히 손을 흔들며 대북특사단을 환송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달 17일 방북한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중국 예술인들을 위한 만찬이 끝나고 작별할 당시에도 쑹 부장이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곁을 지켰다.
그는 지난 3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을 때도 접견실 문밖에까지 따라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왕 부장과 담화를 끝낸 뒤 여러 차례 진한 포옹을 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 같은 '집무실 외교'와 '배웅 정치'는 국제사회에 각인된 포악한 독재자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개방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과 방북 인사들과의 만남이 전 세계 언론에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상황에서 손님들을 극진히 환대하고 성의껏 배웅하는 친절한 이미지를 통해 호감도를 높이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yoon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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