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리아 내 군 인프라 확충…이스라엘, 코앞 적 기지 불용
"브레이크 없이 가속기만 있는 차량"…최악은 레바논으로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이란과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격하게 충돌하면서 확전 우려가 일고 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전례가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이란으로서는 그동안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같은 대리인들을 수년간 내세워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 충돌에 대한 위기감은 더 크다.

국제사회는 양측에 자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다며 강력 대응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 국제사회 확전 우려 = 점령 중인 시리아 내 골란고원이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10일(현지시간) 시리아 내 군시설을 상대로 이틀 연속 공습을 벌여 방공망과 레이더, 무기고를 타격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후 "이란이 레드 라인을 넘었다"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그에 맞춰 대응했다"라고 밝혔다고 11일 외신이 전했다.
그러나 이란 의회의 국방위원회는 이란은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군에 대한 공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이것은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이 선전 목적으로 하는 또 다른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국방위원회의 모하마드 노반데가니 위원장은 이란은 시리아에 군을 주둔하지 않으며 오직 고문단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는 확전을 우려하면서 자제를 요구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로켓 발사에 큰 우려를 표시하면서 모든 적대적인 행위와 도발적인 행동들을 즉각 중단하도록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사태를 논의하고는 자제를 요구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
며 이란을 겨냥했다.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도 이란 정권의 도발을 규탄한다며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이란을 비판해온 바레인도 이란이 역내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시리아 외무부는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대리인들이 패배하면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 팽팽한 긴장 지속될 듯 = 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강력한 후원자인 이란은 내전이 7년째 이어지는 혼란을 틈타 시리아 내에 군사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처음에는 반군에 맞서 알 아사드를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내전에 개입했고, 이후에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맞서 싸우는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면서 시리아 내 군사적 입지를 다져왔다.
이란은 대규모 훈련시설을 세워 수천 명의 시아파 민병대를 훈련했고, 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 고문들을 시리아 내 군기지에 파견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스라엘로서는 적대국인 이란이 자국 코앞에 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이후 이미 수차례 시리아와 이란의 군시설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으며, 이란은 보복을 천명해 왔다.
브루킹스연구소 중동정책센터 책임자인 나탄 삭스는 NYT에 이번 충돌이 일회성 돌발사건이나 성급한 행동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시리아에서 전개되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구조적인 갈등의 일부"라며 싸움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삭스는 또 양측 서로의 한계를 시험할 것이라며 이란은 시리아 내 자신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특정 국면에서 헤즈볼라 세력을 이 싸움으로 더 깊숙이 끌어들일 수 있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참호 구축작업을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마틴 S. 인디크도 이번 긴장을 "브레이크는 없이 가속기만 있는 차량"으로 묘사하고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번 갈등이 레바논으로 확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안으로 로켓을 발사하고 이스라엘이 이번처럼 맞대응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인디크는 또 이번 충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파기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올해 초 이란이 골란고원 쪽으로 민병대 동맹 세력을 이동하고 시리아 내 무장을 강화해 온 데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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