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1970·1995"…'장자 승계' 명맥 잇는 LG家

입력 2018-05-20 05:31  

"어게인 1970·1995"…'장자 승계' 명맥 잇는 LG家
구자경·구본무 총수 승계 당시 삼촌 등 '조용한 퇴진'
봉건적 행태 답습 지적도…"LG 정도경영에 합당한지 의문"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그룹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LG가(家)의 오랜 '장자 승계' 전통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지주회사인 ㈜LG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구 상무를 사내이사로 추천, 사실상 '4세 경영 시대'를 공식화했다.
이는 구자경 명예회장이 창업주인 부친 구인회 회장의 별세로 럭키그룹 총수직에 올랐던 1970년, 구본무 회장이 부친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LG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았던 1995년과 큰 틀에서 맥을 같이한다.
'인화'를 강조했던 창업주의 절대적 카리스마로 철저하게 장자 승계 전통을 고수하면서 경영권 갈등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유교적 가풍이 이어진 셈이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경영에 관여했던 새 총수의 삼촌 등은 물론이고 동업 관계에 있던 허씨 집안도 소리 없이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계열 분리를 통해 독립함으로써 '총수 옹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1969년 12월 31일 구인회 회장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뜬 직후인 이듬해 1월 동생이자 창업멤버인 구철회 사장은 본인의 경영 퇴진을 선언하면서 조카인 구자경 당시 금성사 부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또다른 창업멤버이자 셋째인 구정회 사장은 구자경 회장이 취임한 후 1년간 그룹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조카를 보필하면서 '경영수업'을 했다.
이후 구철회 사장의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그룹에서 독립시켜 LIG그룹을 만들었으며, 태회·평회·두회 형제 일가가 이끈 계열사와 허씨 일가의 계열사는 각각 LS와 GS로 떨어져 나가면서 별다른 잡음 없이 계열 분리됐다.
장손인 구자경 회장으로의 마찰 없는 그룹 승계를 위해 친인척들이 물러나거나 각자도생한 것이다.
이런 전통은 구자경 명예회장이 만 70세가 되던 1995년 1월 럭키금성그룹의 사명을 LG그룹으로 바꾼 뒤 같은 해 2월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을 물려줬을 때도 계속됐다.
당시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그룹 내 유통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등 구자경 명예회장의 두 형제는 즉각 LG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조카에게 길을 열어줬다.
이후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분류되던 LG상사의 최대주주였던 구자승씨 일가는 패션 사업부문을 떼어내 LG패션(현 LF)으로 분가했고, 자학·자두·자극 형제 일가도 모두 계열 분리하거나 다른 사업을 차렸다.



이런 장자 승계의 전통은 구본무 회장에서 구광모 상무로의 세번째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아들 4명 가운데 둘째와 넷째인 본능·본식 형제는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희성그룹의 회장과 부회장으로 각각 재임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 외에는 셋째인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지금까지 맏형을 보필하면서 LG그룹 경영에 참여했는데, 조카인 구광모 상무가 경영권을 물려받으면 그 역시 독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특히 구광모 상무는 구본무 회장의 친아들이 아니라 그룹 승계를 위해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을 입양한 양아들이라는 점에서 LG그룹의 '장자 승계'가 얼마나 철저한지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확고한 원칙과 전통에 따라 경영권 분쟁을 겪지 않고 '질서있는 승계'를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그룹을 자처하는 LG가 승계 문제에서 후진적이고 봉건적인 행태를 답습한다는 비판도 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내부에서조차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보여준 게 없다는 평을 받는 구광모 상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게 과연 LG의 정도경영에 합당한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면서 "구 상무의 ㈜LG 주식 매입 자금의 출처는 무엇인가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갑질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 총수에 대한 능력 및 자질 검증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LG그룹도 향후 경영권 승계가 내외부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hum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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