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반달곰, 시속 100㎞ 버스 치이고도 '기적의 생존'

입력 2018-05-13 06:00  

멸종위기 반달곰, 시속 100㎞ 버스 치이고도 '기적의 생존'
환경부 "로드킬 상황서 골절만 입어 천만다행"…기사 "살았다니 안 믿겨"
작년에도 두 번 '지리산 탈출' 감행해 '콜럼버스 곰' 불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고속버스 기사 양동환(59) 씨는 지난 5일 새벽 대전-통영고속도로 함양분기점 부근을 시속 100㎞ 정도 속도로 지나고 있었다.
한순간이었다. 크고 검은 야생동물이 순식간에 버스 앞에 나타나 들이받고 말았다.
양 씨는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혀 무방비인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해 브레이크를 밟을 새도 없었다"며 "마치 승용차를 들이받은 것 같은 큰 충격에 너무 놀라서 (사고 후) 300, 400m를 더 가서야 정신을 차렸다"고 돌아봤다.
그는 곰으로 짐작되는 동물과 교통사고가 났다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에 신고하면서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공단은 양 씨를 찾아가 버스에 묻은 짐승 털과 배설물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 야생동물이 지리산을 벗어나 이동 중인 반달가슴곰 KM-53임을 확인했다.
놀라운 점은 이 곰이 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가볍게 다치기만 했다는 것이다.



KM-53은 사고 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은 정확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자 지난 11일 KM-53을 포획해 지리산에 있는 종복원기술원으로 데려와 방사선, 혈액, 분변 검사 등을 한 결과 왼쪽 앞다리가 부러진 것을 발견해 치료했다.
송동주 공단 종복원기술원장은 "내장 손상 여부까지 확인했지만, 현재까지 왼쪽 앞다리 외에는 아픈 곳이 없는 것 같다"며 "걷는 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외관상으로는 멀쩡하다"고 전했다.
곰 소식을 전해 들은 양 씨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사람이라면 즉사했을 것"이라며 "차 수리 견적이 200만 원 이상 나올 정도로 파손도 컸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1월 태어난 수컷인 KM-53은 키 170∼180㎝, 몸무게 80∼90㎏으로 건장한 성인 남성 수준의 체격을 갖췄다.
환경부 공무원들도 KM-53의 생존이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곰이 사람보다 지방, 근육이 많아서 육중하고 탄력이 좋다지만 신기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 '지리산 탈출'을 감행한 KM-53은 환경부 내에서 '콜럼버스 곰'으로 불린다고 한다.
이는 신대륙을 찾아헤맨 항해가 이름에서 따온 별명으로, KM-53은 계속해서 방사지인 지리산을 벗어나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홍정기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기 위해 10년 넘게 정말 많이 노력했다"며 "로드킬을 당할 뻔한 상황에서 심각하지 않은 골절만 입어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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