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30] ⑦ 월드컵 선배들의 한목소리 "기죽으면 탈락"
2002 한일 월드컵 멤버 이천수·유상철·이운재 "월드컵 본선은 떨지 않는 팀이 승리"
김정남·김호 감독 "신태용 감독은 훌륭한 지도자…경험 없지만 좋은 지도력 펼칠 것"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개막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과 월드컵 대표팀 전직 감독들이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전했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에 한 획을 그었던 선배들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기죽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입을 모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쐐기 골을 터뜨렸던 유상철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현재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을 쌓는 것"이라며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개막 직전 강팀들과 평가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쳐 자신감을 갖게 됐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네 차례 평가전에서 월드컵 경기 못지않게 모든 기량을 쏟아부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와 선수들은 집중력이나 열정이 최고조로 올라와 있을 것"이라며 "월드컵 본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대신, 지금부터 최고의 기량을 펼쳐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평가전에 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일월드컵을 통해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이천수 JTBC 해설위원은 "당시 많은 이들은 내 플레이를 보고 당돌하다고 표현했는데, 사실은 매우 떨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경기장에 들어서니 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라며 "처음 출전하는 선수들 역시 그런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천수 위원은 "경험을 가진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베테랑 선수들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변의 응원과 격려도 부탁했다. 그는 "월드컵에서 실수하면 엄청난 비난이 따른다는 것을 선수들은 잘 알고 있다"라며 "월드컵 개막 전부터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더욱 긴장하게 되는데, 최소한 개막 이전까지는 응원해주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일월드컵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이운재 수원 삼성 코치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 코치는 "골키퍼의 실수는 치명적이라 필드플레이어보다 부담감이 더 클 것"이라며 "큰 무대에선 실력보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쉽지 않겠지만, 팬들의 질책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후배들이 기죽지 않고 뛰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도자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던 축구 원로들은 신태용 감독에게 조언을 남겼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던 김정남 전 국가대표 감독은 신태용 감독의 부족한 경험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 감독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 경력에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김정남 전 감독은 "멕시코 월드컵 때는 상대 팀 정보가 거의 없었다"라면서 "당시 지도자가 가진 경험의 중요성과 현재 경험의 중요성은 무게 자체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상대 팀을 완벽히 분석한 뒤 나설 수 있어 월드컵 경험이 없다 해도 신 감독은 팀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밟은 김호 대전 시티즌 대표는 세계 최강팀과 맞붙는 자세에 관해 조언했다.
김호 대표는 "미국 월드컵 당시 독일은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우승 후보였다"라며 "당시 대표팀 구성원들은 독일과의 일전을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 우뚝 설 기회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우승 후보 독일을 가장 마지막 경기 상대로 만나게 됐는데, 즐기는 마음으로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1994년 미국 월드컵 독일전 결과(2-3 석패)보다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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