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연정협상 타결…서유럽 최초 포퓰리즘 정권 출범하나(종합)

입력 2018-05-14 06:53  

伊연정협상 타결…서유럽 최초 포퓰리즘 정권 출범하나(종합)
오성운동·동맹 "대통령에 내일 보고"…난민 저지 등 핵심과제 합의
총리 후보는 미공개…대통령 "연정 협상안 무조건 수용할 의무 없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의 두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 간의 연정협상이 타결됐다.
대통령이 승인할 경우 이탈리아는 며칠 내로 약 10주에 걸친 무정부 상태에 종지부를 찍고, 이탈리아 역사상 처음이자 서유럽 최초로 포퓰리즘 정권을 탄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ANSA통신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31) 대표와 반난민·반유럽연합(EU) 성향의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45) 대표는 13일(현지시간) 북부 밀라노에서 만나 연정협상을 타결지었다.
디 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는 나흘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핵심 국정 프로그램과 차기 총리 후보 선정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들은 두 당 사이의 합의 내용을 들고 14일 로마의 대통령궁을 방문,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날은 양당이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에 필요하다고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요청한 시한의 마지막 날이었다.
3월 4일 총선에서 약 32%를 득표해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오성운동과 반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17%가 넘는 표를 얻어 우파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 동맹은 지난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연정협상을 벌여왔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진영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이탈리아는 2개월여 동안 각 정당의 연정협상이 답보에 빠지며 오는 7월 하순에 재선거에 돌입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으나, 지난 9일 두 정당 사이의 협상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됐다.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정 논의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오성운동과 동맹의 결합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다.
오성운동은 '부패의 상징'인 베를루스코니와는 함께 정부를 꾸릴 수 없다며, 살비니 대표에 우파연합의 또 다른 축인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끄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결별할 것을 요구했으나, 살비니 대표가 이를 계속 거부해 양측의 연대가 성사되지 못했었다.
디 마이오 대표는 협상 나흘째인 이날 살비니 대표와 회동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역사를 쓰고 있고,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분위기가 매우 좋다"며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두 정당은 이날까지 당 대표와 실무진의 회담을 통해 세금인하, 복지확대, 불법 난민 저지, 대(對)러시아 제재 반대 등의 핵심 국정 과제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우려를 산 오성운동의 기본소득 도입, 동맹의 15% 단일세율 적용은 재정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원안 대신 절충안이 채택된 것으로 보도됐다.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합 정부를 이끌 총리 후보의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총리 후보로는 일단 디 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 모두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디 마이오 대표는 당초 총선에서 32%를 득표, 단일 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정당의 수장인 자신이 총리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살비니가 우파정당 4곳이 손잡고 37%의 표를 얻어 최다 득표를 한 진영인 우파연합을 대표해 오성운동과의 연정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자신이 총리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양측은 제3의 독립적인 후보를 총리로 선택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라 레푸블리카는 이와 관련, 오성운동이 총리 후보로 경제학 명문 대학인 밀라노 보코니대학의 귀도 타벨리니 전 총장을 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이에 대해 "총리는 무당파 관료가 아니라 정치인"이라고 말해 언론의 추정을 부인했다.



한편, 오성운동과 동맹이 연정 협상안과 총리 후보를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보고하더라도, 마타렐라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이탈리아 정치의 최종 결정권자인 그는 12일 연설에서 "헌법은 대통령에게 총리 지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자신이 오성운동과 동맹의 협상안을 무조건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오성운동과 동맹이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노선과는 다른 노골적인 포퓰리즘 성향의 정책을 국정 프로그램으로 제시하고,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총리 후보를 선정해 추천할 경우 연정 구성안에 퇴짜를 놓을 수도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당초 각 정당의 연정협상이 교착에 빠지며 총선 후 2개월 넘게 무정부 상태가 지속하자 지난 7일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적인 총리가 이끄는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 연말까지 국정을 이끌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그는 이탈리아가 만만찮은 대내외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상기시키며 중립 내각이 내년 예산안 처리, 새로운 선거법 마련 등 급한 불을 끄게 한 뒤 내년 초에 재선거를 치르는 방안이 합리적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평소 자신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과묵한 성격이지만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권 탄생 임박에 EU 동맹국과 시장이 동요하자, 최근 "건전한 국가 재정을 운용하는 것과 이탈리아의 전통적 방향인 유럽 친화적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난민 정책 등과 관련, 가뜩이나 동유럽의 반기에 골치를 앓고 있는 EU는 역내 경제규모 3위이자 전통적으로 친유럽 성향인 이탈리아에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서면 EU의 난민 정책, 재정 정책 등에 엇박자를 내며 EU의 원심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제 금융 시장 역시 경제 성장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겠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해 온 포퓰리즘 정권의 출현이 현실화하면, 국내총생산(GDP)의 130%가 넘는 국가 부채를 짊어져 그리스에 이어 2위인 이탈리아의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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