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성희롱 언사에…"수업은 좀 나중에 하더라도 공문은 시간 맞춰 보내야"
'장학사 온다'며 점심시간 전교생 '운동장 및 복도 금족령'도

(대전=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 "조퇴를 신청할 때 관리자(교장·교감)에게 얼굴을 보여주며 시시콜콜하게 사유를 자세하게 설명하라고 교무회의 시간에 요구한다. 사유도 가정사 정도는 안 되고 상세하게 적으라고 한다."
"교장의 권위주의적 발언과 행동이 지나치다. 수시로 성차별 발언을 하고,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 언사를 내뱉는 교장 선생님들 아직도 많다."
스승의 날인 15일 오후 6시 대전도시철도 시청역 8번 출구 파이낸스타워 9층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행사가 열린다.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말해 봐요, 대전은 왜?'라는 주제로 사례 발표를 한다.
초등학교 현장에 만연한 교장의 갑질과 권위주의적 문화를 고발하는 한편, 어떻게 하면 민주적이고 바람직한 교육환경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행사를 앞두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문을 받았다. 응답 내용 중 전교조 대전지부가 일부를 공개한 것을 보면 "이게 실화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들 가운데는 "수업은 좀 나중에 하더라도 공문은 시간에 맞춰 보내야 한다"는 관리자의 공공연한 말부터 교육청 홈페이지에 민원성 질문을 올린 선생님에게 장학사가 전화해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다.
또 교장·교감은 학교평가에 목을 매고, 교사들을 수족 부리듯 하는 경우가 많다, 교직원회의 때 의견을 말하면 반기를 든다고 생각하는 관료주의 문화가 뿌리 깊이 배어 있다 등도 있다.
연탄봉사를 하는데, 부장들은 무조건 참석해야 하고, 임신한 부장이라도 대타로 올 사람을 구해야 불참할 수 있다고 했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내용도 있다.
최근 대전 P 초등학교에서는 교육청 장학사가 온다며 점심시간 전교생에게 '운동장 및 복도 금족령'을 내린 일도 있었다.
'(장학사님이 오시니) 점심 후 교실에 앉아 책 읽기 지도, 12시 40분부터는 복도에서 돌아다니지 않도록 지도할 것!"
전교조 대전지부는 "장학사 한 사람이 학교를 방문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운동장에서 놀지도 못하게 하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게 한 과잉 의전"이라며 "80년대에나 있었을 법한 구시대 악습이 21세기 학교현장에서 버젓이 재현되고 있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봉건적 장학 방식과 군대식 학교 문화는 이 초등학교 사례만은 아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대전의 초등학교 열에 여덟 정도는 비슷한 방식으로 장학사 대접을 한다. 더 심한 경우도 많다. 교육감이나 교육장이 오면 난리가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재작년에 장학사가 공개수업 참관을 한다고 해서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도록) 아이들 책가방을 다른 교실에 갖다놓게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학교현장에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의전과 비교육적 처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청은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chu20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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