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질서' '우리' '자식 바보'…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의 매력

입력 2018-05-15 17:14   수정 2018-05-15 21:57

'위계질서' '우리' '자식 바보'…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의 매력

한국어 말하기 대회서 한국에 대한 사랑과 통찰, 조언 등 쏟아내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수평적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프랑스보다 위아래를 구분하는 위계질서가 있는 한국사회가 더 정서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할지를 정확하게 알려주거든요." (레일라 바·프랑스)
"외국에서는 '내 집'이라는 표현이 한국에서는 '우리 집'이더군요.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따듯한 문화와 정이야말로 한국의 제일 큰 매력입니다."(라우지칭·말레이시아)
"동일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잠깐 만난 사람에게도 애정 어린 표현을 하는 한국인의 정(情)은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끈끈함이 있습니다." (베스트 알리스·미국)
15일 경희대학교 크라운관에서 열린 '제21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는 한국인에게는 익숙해 당연시했던 것들이 외국인의 눈에 매력으로 다가온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졌다.

'한국의 숨은 매력'과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주제로 한 이날 대회에서 바 씨는 "프랑스인이 예절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구분을 안 하다 보니 관계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며 "위아래를 구분하면 소위 '갑질'을 달할 수도 있지만 연장자에 대한 존중과 후배에 대한 배려가 녹아 있는 위계질서는 한국문화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라우지칭 씨는 8년째 외국인 한국인에 살면서도 외롭지 않고 행복한 이유로 '정'을 꼽으며 "유학 와서 피부병으로 고생할 때 대가 없이 도움을 준 한국어 선생과 신입사원 시절 끊임없이 격려하며 일을 거들어주었던 동료 덕분에 소속감을 느끼고 한국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로 돌아가서도 한국인의 정을 가족이나 주변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바보'라는 욕이 친구 간 애정표현이란 걸 알고 놀랐다는 일본인 유학생 오오하타 씨는 "딸 바보, 아들 바보 처럼 자식 바보라는 말 속에는 무한한 애정이 담겨 있다"며 "한국인의 욕 속에 담긴 깊은 정의 문화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욕 문화를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풀어냈다.
한국기술교육대로 유학 온 이집트인 슈룩은 "이집트인에게 한국 하면 김정은과 개고기의 나라로 잘못 알려진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경제·기술·교육·문화 선진국으로도 통한다"고 달라진 위상을 소개했다.

이밖에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한 박승희 씨처럼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국민성을 매력으로 꼽기도 하고, 초고속 인터넷 기반과 15분 만에 도착하는 배달음식 둥 뭐든지 빠른 문화가 토대가 돼 축구 강국이 된 거 같다는 풀이도 나왔다.
옳은 말을 해야 할 때를 아는 의(義)와 기술력의 기(技)가 충천(沖天)해 의기충천한 국가라는 칭찬과 길거리 공연인 버스킹의 자유로움이 문화의 힘이라는 분석도 제기됐고, 몽골과 비교하면 천국인데 끊임없는 경쟁에 지쳐 불행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끔은 쉬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애정이 어린 조언도 등장했다.
청중의 주의를 끌기 위한 발표자의 퍼포먼스도 눈길을 끌었다. 차도르(아랍)·치파오(중국) 등 거주국 전통의상을 입고 나오거나 발표 중간에 유행가 노래 한 소절을 부르기도 하고, 개그맨 성대모사로 섞어 넣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700여 명의 청중은 참가자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행사 중간 경희대 합창동아리와 응원단의 축하 공연과 경품 추첨도 펼쳐져 분위기를 돋웠다.

이날 무대에 오른 본선 참가자 16명 가운데 대상은 한국의 위계질서 문화를 소개한 레일라 바(프랑스) 씨가 차지했고, 최우수상인 경희대학교 총장상과 연합뉴스 사장상은 각각 응웬 티 홍행(베트남) 씨와 미르조알리예프 후쉬누드(타지키스탄) 씨에게 돌아갔다.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과 연합뉴스가 공동 주최한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을 위한 축제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1998년 시작돼 매년 1천 명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로 성장했다. 올해는 55개국에서 온 1천195명이 참가했다.
wakar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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