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말레이 정치전문가 "마하티르 집권은 한국에 기회"

입력 2018-05-16 09:45  

[인터뷰] 말레이 정치전문가 "마하티르 집권은 한국에 기회"
"中 미심쩍은 모습 많이 보여…말레이, 한·일 등 투자 원해"
"평양에 대사 다시 파견하는 등 북한과 관계복원 전망"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마하티르 모하맛(93)의 재집권은 한국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사회·정치 분석가인 아왕 아즈만 아왕 파위(47) 말라야대 말레이학술원 사회문화학부 교수는 16일 말레이학술원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말레이 신정부의 중국투자 유치 재검토가 한국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왕 교수는 "한국은 성실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춘 국가로 잘 알려졌다"면서 "중국과 한국을 두고 저울질해야 한다면 말레이시아인 대다수는 한국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교역 규모는 작년말 기준 167억 달러(약 18조원)에 이르렀으며, 한국 기업들은 동남아 첫 국가간 고속철도인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 건설 등 여러 현지 사업의 참여를 추진해 왔다.
아왕 교수는 또 마하티르 정부가 앞으로 평양에 대사를 다시 파견하는 등 북한과도 관계를 복원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하티르 신임 총리의 고령과 독재 전력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하티르는 앞으로 1∼2년간 집권하면서 제도와 경제를 복구하고 외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임무를 마친 뒤 사임할 것"이라면서 "그는 새 시대를 맞은 말레이시아에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가 61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은 정치인이 아닌 국민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면서 "앞으로 5년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새 정부 역시 국민의 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아왕 교수와의 일문일답.

-- 61년만의 정권교체가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 정권교체 동인으로는 1MDB 스캔들로 대변되는 나집 라작 전임 총리의 권력남용과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6%의 재화용역세(GST) 도입으로 인한 생활비 상승, 청년층의 취업 기회 박탈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마지막의 경우 중국의 투자와 연관이 있다. 말레이시아 국민은 외국 투자 유치에 큰 공포심을 느껴왔는데 특히 중국은 스리랑카 등 제3 세계 투자와 관련해 좋지 못한 전례가 있었던데다 자국에서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데려와 일을 시키는 행태가 상당한 문제가 됐다.

-- 말레이계와 중국계, 인도계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이 정권교체와 마하티르의 귀환을 반기는 모양새다.
▲ 사실 선택지가 없었다. 누군가는 지금 뭔가를 해야 했다. 중국에서 받는 투자는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땅을 중국에 블록세일하면서 주권마저 훼손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권력 남용과 세계 최악 수준의 비리를 사람들이 더는 참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이번 총선은 권력자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억눌러선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사실 야권은 지난 9일 총선 직전까지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상당수 야권 지도자들은 지역구를 바꿨는데 이는 이길 것이란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야권의 승리라기보다는 국민의 승리였다. 앞으로 5년간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새 정부 역시 국민의 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 마하티르는 93세의 고령인 데다 과거 독재 전력 때문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 마하티르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이기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였다. 사람들은 그가 보여줬던 신뢰와 지혜, 지도자의 자격, 리더십을 믿었다.
그는 분열돼 있던 야권을 하나로 모아 전 집권연정 국민전선(BN)과 맞섰고, 그만이 승리 전략이 있었다. 마하티르는 이번 정권교체의 지배적 요인이다.
BN을 이끄는 여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지지자 중 상당수가 이탈한 것도 이를 입증한다. 이들은 투표 직전까지 침묵을 지키다가 UMNO 대신 야권에 표를 던졌다.
아울러 마하티르가 고령이란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 그는 앞으로 1∼2년간 집권하면서 제도와 경제를 복구하고 외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임무를 마친 뒤 사임하기로 했다. 그는 그렇게 약속했다.
마하티르는 비록 독재자로 알려졌지만 그건 과거 이야기다.
새 마하티르는 새 시대를 맞은 말레이시아에서 그가 저지른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왜냐면 그가 바로 나집을 총리로 만드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매우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 말레이계와 중국계, 화교 등 여러 인종집단으로 이뤄진 야권의 승리가 말레이시아의 인종갈등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가.
▲ 말레이시아의 정치는 인종, 종교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물론 마하티르는 인종과 종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듯 (말레이계 우대 정책인) 부미부트라는 유지할 것이다. 그는 부미푸트라는 헌법에 규정된 사항으로 모든 국민이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적용할 때는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다. 이전에는 부미푸트라 정책이 상당히 남용된 측면이 있었다. 초심을 되살려 엘리트나 중산층이 아닌 노동자 계층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더 효율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외국계 투자자들 사이에선 GST 철폐와 연료보조금 부활 등이 국가신인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GST가 없던 시절에도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경제의 '호랑이'로 꼽혔다. GST는 오히려 물가상승 등으로 서민경제에 상당한 짐을 얹어줬다. 연료보조금 지급 재개와 관련해선 매주 바뀌던 가격이 고정되면서 관련 사업자들이 유가변동을 걱정하지 않고 더 생산적인 사업에 몰두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대한 투자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중국 투자유치 재검토 정책이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가.
▲ 분명히 그렇다. 한국은 성실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춘 국가로 잘 알려졌다. 나도 한국차를 탄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은 서구화가 아닌 근대화를 이뤄내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정체성을 확보한 국가로 여긴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국내에서 진행되는 사업의 경우 중국과 한국을 두고 저울질해야 한다면 말레이시아인 대다수는 한국을 선호할 것이다. 한국은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감옥에 보낸다. 그만큼 법치와 투명성이 입증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일본 등의 투자를 바라고 있다. 이건 상당히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중국은 미심쩍은 모습을 자주 보였다. 예컨대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사업의 경우 총사업비가 550억 링깃(약 15조원)이지만, 마하티르 총리는 실제로는 300억∼350억 링깃까지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국이었더라면 부정직한 행위를 우려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 말레이시아는 작년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북한과 불편한 관계가 됐다. 마하티르 총리는 과거 집권기 북한과 나름대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는데 앞으로 양국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 마하티르는 세계의 다른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북한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외교정책은 특정 국가를 특별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레이-북한 관계도 복원될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평양에 대사를 다시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고, 베이징의 주중 말레이 대사관이 북한 관련 업무를 할 필요도 없게 될 것이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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